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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부터 뜯다 9명 숨졌는데…닮은꼴 '철거 건물' 광주서 또 적발

중앙일보 2021.06.15 05:00
14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 해체공사 현장. 철거를 앞둔 5층짜리 구축 아파트의 1~3층 등 하단 부위가 콘크리트와 철근이 뜯긴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17명의 사상자가 나온 광주광역시 주택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사고와 판박이 형태 철거작업이 벌어지고 있던 또 다른 아파트 공사장이다.
 

광주 북구청, 운암주공3단지 시공사 적발

하층부터 철거된 건물이 남아있는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 해체공사 현장. 사진 광주 북구청

하층부터 철거된 건물이 남아있는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 해체공사 현장. 사진 광주 북구청

학동 참사 닮은꼴 주택개발사업 

광주 북구청은 14일 “운암주공 3단지 재건축 철거공사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 ▶GS건설 ▶한화건설과 하도급 철거업체 1곳을 건축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 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재건축을 앞두고 지난 4월부터 건물 63개 동의 철거가 예정돼 있다. 이날 현재 24개 동이 철거된 상태다.
 
운암주공 3단지는 3214세대 규모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으로 17만892㎡ 규모 부지에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3개 건설사가 공동 지분을 갖고 1개 업체에 철거 하도급을 준 형태다.
 
광주 북구청은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주택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변으로 붕괴해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은 참사를 계기로 비슷한 지역 주택건설사업장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섰다.
 

하향식 철거 아닌 아래층부터 부숴

 
광주 동구 학동 붕괴 건물 철거계획서에 따르면 철거업체는 건물 5층 최상층부터 철거를 시작해 순차적으로 하향식 해체작업을 해야 한다. 중장비가 5층부터 3층까지 해체작업을 마친 뒤 1~2층 저층부로 내려오는 형태다.
 
하지만 철거업체는 붕괴 당시 5층 건물 하단부터 부숴나갔고 상층부 무게를 이기지 못한 건물이 도로변으로 무너졌다. 광주 북구청이 확인한 운암주공 3단지 철거 건물도 동구 학동 붕괴 건물과 유사한 방식으로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형사고발을 당했다.
 
북구청 조사 결과 운암주공 3단지 시공사들도 맨 위층부터 철거해나가는 철거계획서를 구청에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아래층부터 부숴나가는 형태로 철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층부터 철거가 진행 중인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 프리랜서 장정필

하층부터 철거가 진행 중인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 프리랜서 장정필

하층 철거, 시간·비용 적지만 위험성 커 

하층부터 철거해 위층을 무너뜨리는 ‘하층 전도 철거방식’의 공사였다. 최상층부터 철거하는 형태보다 작업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지만, 인명 피해 위험성이 크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운암주공3단지 철거 건물들은 도로 바로 옆에 있었던 학동 붕괴 건물과 달리 주변 아파트 단지와는 약 30m, 도로와는 15m 정도 떨어져 있었다.
 
광주 북구청은 철거 공사를 중지시키고 일부분 해체가 진행된 건물의 경우 기둥과 내력벽 등에 대한 보강·보완 조치를 시공사에 지시했다. 남은 해체 대상 건물들은 현장 대리인과 감리자 등을 통해 수시 점검하고 향후 개선계획을 확인한 뒤 공사 재개를 승인할 계획이다.
 
북구청은 오는 18일까지 지역주택조합, 재개발, 소규모정비사업 등 현재 시공 중인 지역 주택건설사업장 17곳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도 나선다. 
 
운암주공3단지 철거 현장을 둘러 본 고종필 북구청 재건축팀장은 “해체계획서에는 굴착기 롱 붐을 활용해 5층부터 차례차례 철거하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예상과 달리 1층~3층을 먼저 뜯어낸 상태였다”며 “현장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감리를 행정처분하고, 시공사를 건축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종권·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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