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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심상치 않은 비만율, 설탕세로 막기 힘든 이유

중앙일보 2021.06.15 00:40 종합 31면 지면보기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의 비만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지만,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일 정도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수준까지 증가했다. 비만이 당뇨병, 고혈압, 심뇌혈관질환 등 주요 만성질환의 원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비만율 추이는 국민의 질병 부담과 의료비 지출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최근 실시한 대한비만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이후 국민 46%가 3kg 이상의 체중 증가를 경험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지속된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활동량이 줄어들어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추이라면 이제 비만을 국가의 주요 건강 정책 의제로 올려놓아야 한다.
 

부쩍 늘어난 비만율 적극 대책 필요
3월 설탕세 도입 법안 발의됐지만
비만예방 보다 세 부담 증가 예상
건강관리 인센티브 등 도입해야

비만 예방 대책으로 지난 3월 국회에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당류가 포함된 음료를 제조, 가공, 수입하는 공급자에게 설탕 함량에 비례하여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법안이다. 형식은 부담금이지만, 과세와 다를 것이 없어 설탕세 또는 비만세로 불리는 정책이다. 설탕세 부과로 가당 음료의 가격이 높아져 소비가 줄면 비만 예방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설탕세로 조성된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비만 예방 사업을 펼칠 재정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이다.
 
하지만 정책 취지와는 달리 기대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자칫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은 과도한 음식 섭취로 인한 열량 과잉과 상대적인 활동량 부족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량 부족이다. 식약처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가 하루 평균 섭취하는 총 열량에서 가당 음료 섭취의 비중은 대략 2.4%이다. 과세 대상 품목이 비만 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비하며, 가격정책으로 비만을 통제하려면 매일 섭취하는 수많은 고지방, 고열량 식품에 대한 과세도 필요할 것이다. 운동 부족, 스트레스, 유전 요인 등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가당 음료 섭취가 비만에 미치는 기여도는 더욱 낮아진다. 또한 가당 음료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높지 않다. 설탕세 부과로 가격이 상승해도 소비 감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다른 문제는 낮은 가격탄력성 때문에 설탕세로 인한 가격 인상 부담을 공급자가 아니라 온전히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소비가 크게 줄지 않으면 공급자는 세부담 전액을 판매가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피해를 보고, 공급자는 영향을 받지 않고, 정부는 세수를 늘리는 결론이 예상된다. 설탕세 지지자들은 여러 국가에서 설탕세 도입 후 가당 음료 소비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설탕세 도입 근거로 내세운다. 가격이 올라 소비가 줄어든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경제학 원리이다. 중요한 것은 소비 감소가 아니라, 그 결과로 비만율이 얼마나 줄었는지, 소비자의 세부담은 얼마나 증가했는지, 소비자 편익은 감소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를 명확히 밝힌 연구는 없다. 결국 별 효과 없이 국민건강증진기금만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 발의된 법률안에는 늘어날 기금을 비만 예방 정책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담고 있지 않다. 2015년 서민증세라는 비판 속에 담뱃세를 대폭 인상했지만, 예상했던 금연효과는 반짝 나타났을 뿐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증액된 세수는 금연 정책에 거의 쓰이지 않았다.
 
국민의 건강 관련 소비 행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비가격 정책이 더 효율적이다. 최근 낮아진 흡연율은 담뱃세 인상의 영향보다는 금연을 유도하고 금연 중요성을 알리는 정책의 영향이 더 컸다. 지난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혈압, 혈당 등 건강위험요인이 있는 가입자가 건강생활을 실천하면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7월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의 세부 계획에 대해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탕세보다 유익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가격 규제로 국민 편익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생활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건강관리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을 낭비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건강관리가 부족해서 미래에 발생할 만성질환 치료에 들어갈 비용을 줄이기 위한 효율적 투자로 봐야 한다.
 
건강관리 인센티브와 같은 비가격 정책은 비만 예방을 위한 효율적인 방안으로 세계 각국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메뉴에 열량 표기를 의무화하는 정책은 미국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다. 멕시코 등에서는 식사량을 줄이기 위해 적정량을 표시한 식기를 보급하는 정책을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의 한 대형 상점에서는 고객을 채소와 과일 코너로 유도하여 건강 제품을 먼저 둘러보게 하는 방안을 도입해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물론 이런 넛지(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정책이 항상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건강행태를 유도하기 위한 정교한 정책 실험과 캠페인이 뒷받침된다면 비가격 정책의 순효과는 설탕세를 능가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과세 정책으로 기업의 참여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넛지 방식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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