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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이 매년 모범 화물운전자 뽑아 300만원 포상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2021.06.15 00:05 종합 14면 지면보기
지난해 6월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등 6중 추돌 사고 현장.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등 6중 추돌 사고 현장. [연합뉴스]

 "절대 쉽지는 않지만,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안전운전할 수 있습니다." 

 
 트레일러 운전기사 서정출(54)씨는 지난해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주관한 '모범 화물운전자' 선발에서 5500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1위를 차지했다. 포상금 300만원도 받았다. 

[스톱!고속도로 화물차 사고](하)
다수 사업용 화물차 근로여건 열악
도공, 인센티브로 안전 운전 유도
휴식 인증하면 마일리지도 쌓아줘
과적과 적재불량 강력 단속 병행

 
 트레일러 10년을 포함해 화물차 경력이 모두 30년가량 되는 서 씨는 "고속도로를 통해 주로 부산에서 충청지역을 오가는데 우연히 모범화물운전자 선발공고를 보게 돼 응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물차 기사들이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은 돈에 쫓기는 것이다. 어렵더라도 이런 조급함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안전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공이 모범 화물운전자를 뽑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대상은 1t 초과 사업용 화물차로 응모(2~3월)와 안전운전 실천(3~8월), 집계·포상(9~11월) 과정을 거친다. 
도공이 운영 중인 함안휴게소의 ex 화물차 라운지. 화물운전자를 위한 샤워실, 수면실 등이 갖춰져 있다.[사진 한국도로공사]

도공이 운영 중인 함안휴게소의 ex 화물차 라운지. 화물운전자를 위한 샤워실, 수면실 등이 갖춰져 있다.[사진 한국도로공사]

 
 수상자는 디지털운행기록장치(DGT)에 저장된 과속, 급제동, 급차로변경 같은 위험 운전 횟수가 화물차 평균치 이하인 운전자의 상위 30% 이내에서 선정된다. 올해는 200명을 선발할 계획으로 1위 300만원 등 전원에게 자녀 장학금 또는 포상금이 지급된다.    
 
 도공은 지난달부턴 화물운전자를 대상으로 '휴식마일리지' 제도도 도입했다. 화물운전자가 고속도로 휴게소나 졸음쉼터에 설치된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해 휴식 사실을 인증하면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1회당 10 마일리지가 쌓이고, 40 마일리지를 모으면 물품구매 또는 주유가 가능한 5000원 상당의 상품권을 준다. 이달 초까지 이용 건수가 1만건을 넘었다. 
 
 이처럼 운전자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는 제도들을 도공이 운용하는 이유는 사업용 화물운전자의 열악한 근로여건 탓에 사고위험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진숙 도공 사장이 화물차 뒷면에 '잠 깨우는 왕눈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김진숙 도공 사장이 화물차 뒷면에 '잠 깨우는 왕눈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지난해 말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사업용 화물차 운송실태'에 따르면 상당수 중대형 차량은 지입차주 형태로 수익이 채 300만원이 안 되는 데다 평균 운행시간과 거리도 긴 것으로 조사됐다. 과로와 과속 우려가 큰 셈이다.
 
 김진숙 도공 사장은 "우리가 화물 운송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풀 수는 없지만, 화물운전자가 좀 더 휴식을 취하고 안전운전하도록 이끌자는 취지에서 여러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화물차 전용휴게소와 졸음쉼터를 늘리고, '잠 깨우는 왕눈이' 반사지 스티커를 보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화물운전자에게 '당근'만 주는 건 아니다.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과적과 적재불량 단속은 더 강화하고 있다. 우선 인공지능(AI)기반 적재불량 자동단속시스템을 확대 구축 중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화물차의 적재함 뒷면을 촬영·분석해 실시간으로 적재불량 의심차량을 자동 판별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인천영업소 등 3개소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단속 건수가 4.7배 늘었다. 올해는 수도권의 5개 영업소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지자체와 협조해 휴게시간 미준수와 판스프링 불법 설치·개조 화물차에 대한 집중 단속도 벌이고 있다. 도공 교통처의 조재성 차장은 "화물차 사고를 줄이려면 적재불량 단속 및 벌칙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며 "과적단속원이 적재불량 등도 단속할 수 있도록 권한 확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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