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英확진 주범인데…델타변이 유행국서 입국시 격리면제 논란

중앙일보 2021.06.14 18:00
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입국하는 이들에게도 자가격리 면제 길이 열렸다. 그런데 인도, 영국 변이 위험국에서 입국할 때에도 면제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해외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고 국내에 들어오는 입국자는 중요 사업상 목적이나 학술·공익적 목적, 장례식 참석이나 직계 가족 방문 같은 인도적 목적이 있을 때는 심사를 거쳐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 유행 국가로 지정된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라위, 보츠와나, 모잠비크, 탄자니아, 에스와티니, 짐바브웨, 방글라데시, 적도기니, 브라질, 수리남, 파라과이, 칠레 등 13개국에서 입국할 땐 예외로 한다. 이들 국가는 남아공(베타형), 브라질(감마형) 변이 위험국이다. 
 
영국(알파형), 인도(델타형) 변이가 퍼져 있는 영국과 인도 등은 예외국에서 빠졌다. 정부는 질병관리청 자료를 바탕으로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매달 변이 위험 국가를 지정한다. 그런데 알파 변이는 위험도가 높지 않으며 백신에 의한 차단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델타 변이의 경우 아직까지 전파력이나 백신에 대한 영향 등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단 이유를 들어 유행국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차 접종률이 20%를 이제 막 넘은 상황에서 방역 조처를 섣부르게 완화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델타 변이가 얼마나 전파력이 강한지, 기존 백신으로 막 을 수 있는지 등을 모르는 상황이라서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인도 변이의 특성을 모르기 때문에 영국 변이처럼 관리한다는 결정은 지금까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수차례 문제로 이어졌던 방식”이라며 “알고 대응하려고 하면 그 전에 이미 일은 벌어진 다음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먼저 철저하게 대비하고 괜찮다는 자료가 나오면 완화하는 방식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근거를 갖고 접근해야 하고, 서두르면 안 된다”며 “인도발 변이는 알려진 것도 별로 없는데 영국발 변이와 함께 묶는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주장한다. 접종 속도만큼 변이 관리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14일 오후 인천국체공항 제1여객터미을 통해 입국한 해외 여행객들이 해외입국자 전용버스 이용 안내를 받고 있다. 뉴스1

14일 오후 인천국체공항 제1여객터미을 통해 입국한 해외 여행객들이 해외입국자 전용버스 이용 안내를 받고 있다. 뉴스1

 
델타 변이는 인도에서 발견된 후 영국 등 전 세계로 확산했다. 영국에서는 이미 우세종으로 자리 잡아 최근 7000명대로 속출하는 신규 환자의 90% 이상이 델타 변이 감염자라고 한다. 영국은 국민의 60% 이상이 백신을 한차례 맞았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이들도 40%를 넘는데 최근 델타 변이 확산으로 환자가 다시 속출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델타 변이는 최근 몇 주간 영국에서 코로나 환자가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알파 변이(영국발)보다 더 쉽게 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지역에 따라 4.5~11.5일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알파 변이와 비교해 60% 더 전염성이 있다고 한다. 델타 변이에 감염되면 입원할 확률도 알파 변이 감염자와 비교해 2배 높다고 PHE는 밝혔다.
 
백신에 대한 내성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달 PHE의 분석 결과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화이자 모두 1차 접종 후 3주가 지났을 때 효과는 33%에 그쳤다. 이는 영국 변이에 두 백신이 50% 효과를 보이는 것과 큰 차이다. 다만 백신을 2차례 접종했을 때의 효과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4일 브리핑에서 “화이자인 경우 영국 변이에 대해 89.5% 정도, 인도 변이에 대해선 (효과가) 87.9%라는 것이 최근 발표 내용”이라며 “AZ는 영국 변이에 74.6% 정도, 인도 변이에 59.8% 정도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격리면제서 발급 기준. 자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격리면제서 발급 기준. 자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의 사례가 과학적 근거”라며 “PHE의 백신 효과 연구에서 보듯 1차 접종 만으로는 (변이) 커버가 안 된다는 것인데, 원칙과 근거가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14일 기준 국내 1차 접종자는 23%를 기록했으나 접종완료자는 5.9%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취약층인 60세 이상 상당수가 맞은 AZ의 경우 2차 접종까지 간격이 길기 때문에 그 사이 항체가가 떨어져 감염 위험이 오르고 변이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