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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자 빨강·미접종자 검정…학생에 '백신 낙인' 찍은 美학교

중앙일보 2021.06.14 05:00
미국 뉴햄프셔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졸업 파티에 참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와 미 접종자를 구분하는 표식을 남겨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뉴햄프셔주에 위치한 엑시터고의 모습. [CNN영상 캡처]

미국 뉴햄프셔주에 위치한 엑시터고의 모습. [CNN영상 캡처]

12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미국 뉴햄프셔주에 위치한 엑시터 고등학교에선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축하 파티가 열렸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오르며 오랜만에 열린 파티였다. 그런데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학생들은 '검은 색'과 '빨간 색'으로 구분됐다. 
 
졸업 파티 모습을 담은 사진에는 손에 검은색 표식이 쓰여진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학생들의 손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으면 빨간색,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 검은색 표식이 남겨졌다. 검은색 표식을 받은 학생들은 춤을 출 때도 노래 3곡이 끝날 때마다 손을 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려야 했다. 학교 측에서 자신의 위치와 동선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학교 측의 대응에 학부모들이 강경 반발했다. 졸업 파티가 끝난 후 아이들의 손에 있던 표식을 확인한 부모들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지역 의원에게 항의 편지를 보냈다.
 
지난 4일 미국 뉴햄프셔주에 위치한 엑시터고에서 열린 졸업 파티에선 백신을 맞지 않은 학생들의 손에 검은색 마커로 표식을 남겨 논란이 일었다. [멜리사 리치필드 뉴햄프셔 주의회 하원의원 제공]

지난 4일 미국 뉴햄프셔주에 위치한 엑시터고에서 열린 졸업 파티에선 백신을 맞지 않은 학생들의 손에 검은색 마커로 표식을 남겨 논란이 일었다. [멜리사 리치필드 뉴햄프셔 주의회 하원의원 제공]

또 이같은 접종 여부 공개 구분이 실익을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실제로 학교 홈페이지에 적힌 졸업 파티 관련 공지에도 “파티에서 춤을 추도록 허용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다만 학교 측은 “표식은 오로지 추적이 필요할 경우 사용되고 며칠 내로 파기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멜리사 리치필드 뉴햄프셔 주의회 하원의원은 “일부 유권자들이 나에게 엑시터 고등학교의 일을 강하게 비판하는 편지를 썼다”며 “학교는 백신 증명서를 내지 못하는 학생에게 낙인을 찍었다.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마이크 모나한 엑시터고 교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학생들이 우려를 표한 것은 알지만, 세상에 완벽한 모델은 없다는 것을 지역 사회가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오히려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뉴햄프셔 교육 당국은 엑시터고를 비롯한 고등학교들의 졸업 파티 제도에 대한 감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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