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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기력 회복, 심신 안정, 스트레스성 뇌 손상 예방 … 효능 다양한 전통 약재

중앙일보 2021.06.14 00:04 건강한 당신 7면 지면보기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양에는 보약(補藥)·보신(補身)의 개념이 있다. 몸의 기력을 끌어올리는 수단이다. 식생활로만 채우기 어려운 영역이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체질적인 한계를 극복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보약·보신의 용도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 온 약재 중 하나가 바로 ‘침향’이다. 녹용이나 인삼 같은 약재보다는 덜 익숙하지만 침향은 사실 우리 가까이 존재해 왔다. 염주가 침향나무로 만들어졌고, 불상 앞에서 피우는 향이 침향이다. 성경과 삼국지연의 등에는 침향의 항균·방충 효과 때문에 당시에도 귀하게 여겼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원산지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지금도 만병통치약으로 불릴 정도로 건강 효과가 뛰어나다.
 

침향의 건강학
한·중 옛 의서에 용도·효과 명시
스트레스 호르몬, 뇌 활성산소↓
신부전 개선, 신경 이완 성분도

사실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나거나 세균·곰팡이에 감염됐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굳어진 것을 말한다. 이렇게 오랜 세월 굳어져야 비로소 약재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10년 이상 굳어진 침향나무 수지

 
침향은 역사 속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약재다. 우선 침향은 한의학적으로 체내 기운을 잘 다스리는 약재로 통한다. 특히 올라오는 병의 기운을 내리는 성질이 있다. 또 몸에서 잘 배출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는 데도 탁월하다. 즉 기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과 기운을 콩팥으로 모아 단단하게 하고 잘 배출시키는 효능이 침향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의서 등에는 침향의 이런 성질을 활용해 처방한 기록이 남아 있다. 중국 송나라 의서 『본초연의』에는 “침향이 나쁜 기운을 제거하고 치료되지 않은 나머지를 고친다. 부드럽게 효능을 취해 이익은 있고 손해는 없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효과 때문에 송나라의 신종이 1079년 당시 중풍을 앓고 있던 문종(고려 11대 왕)의 질병 치료를 위한 약품 중 하나로 침향을 보냈다고『고려도경』은 전한다.
 
명나라 본초학 연구서 『이시진』에는 "침향을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 등에 처방한다”고 구체적인 용도가 서술돼 있다. 『동의보감』에도 침향의 우수한 성질에 대한 기록이 있다. 허준은 “(침향은)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적었다.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도 침향만 한 것이 없었다.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에는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설명돼 있다.
 
침향은 구토·기침·천식·딸꾹질을 멈추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복부 팽만이나 변비 등 소화 장애, 소변이 약한 증상, 천식, 정력 증강에도 효과적으로 두루 쓰였다.
 
침향이 효과적인 이유는 현대에 와서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첫째는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베타셀리넨은 만성 신부전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만성 신부전 환자가 침향을 섭취했을 때 식욕부진과 복통, 부종 등의 증상이 호전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둘째,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의 작용이다. 아가로스피롤은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리며 불면증 극복에도 도움된다는 보고가 있다.
 

식약처 안전성 확인한 제품 선택

 
침향의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뇌 건강 증진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는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수컷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하고 네 그룹에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한 뒤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그리고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 및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 분석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분석 결과, 일반 쥐의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했다. 그런데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뇌의 활성산소가 가장 현저하게 줄었다.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도 유의하게 감소해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는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키는데,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이러한 손상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을 침향이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침향도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확인한 침향 배합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류장훈 기자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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