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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카타르 가려면 실수 줄여라

중앙일보 2021.06.14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손흥민이 레바논전에서 동료였던 에릭센의 쾌유를 기원하며 그의 등번호(23)를 뜻하는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손흥민이 레바논전에서 동료였던 에릭센의 쾌유를 기원하며 그의 등번호(23)를 뜻하는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최종 예선을 앞두고 백신 한 방을 세게 맞았다. 하지만 항체가 제대로 형성돼 최종 예선을 무사히 통과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최종 예선 상대는 2차 예선 상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2차 예선, 레바논에 2-1 역전승
조 1위로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
‘침대축구’에 쩔쩔, 해법도 필요
손흥민, 옛 동료 에릭센 쾌유 기원

한국은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월드컵 2차 예선 H조 6차전에서 레바논에 2-1로 역전승했다. 한국은 전반 13분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6분 상대 자책골과 후반 21분 손흥민(토트넘)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한국(승점 16, 5승 1무)은 조 1위로 2차 예선을 통과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확인했다.
 
공격 전개 상황에서 나온 실수 하나가 실점의 빌미가 됐다. 손흥민-황의조(보르도)를 투톱으로 내세운 한국은 초반부터 레바논을 밀어붙였다. 송민규(포항)는 전반 10분 상대 진영 왼쪽에서 수비수 세 명을 날카로운 제쳤고, 이어진 코너킥에선 몸을 날려 슈팅했다.
 
실수가 문제였다. 김문환(LA FC)이 전반 12분 드리블 도중 패스 타이밍을 놓친 데 이어 공까지 뺏겼다. 레바논은 순식간에 역습에 나섰다.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레바논 하산 사드는 왼발 터닝슛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벤투호가 2차 예선에서 기록한 첫 실점이다. 한국은 이 경기 전까지 2차 예선 참가팀(39개 팀) 중 유일한 무실점 팀이었다.
 
조 1위로 최종 예선에 진출하고 인사하는 선수들. [연합뉴스]

조 1위로 최종 예선에 진출하고 인사하는 선수들. [연합뉴스]

실점 후 한국은 크게 흔들렸다. 레바논은 작은 신체 접촉에도 그라운드에 쓰러져 시간을 끌었다. 이른바 ‘침대 축구’였다. 또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하며 경기 흐름을 끊었다. 한국은 사실 이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최종 예선에는 진출했다. 반면 레바논은 이겨야만 오를 수 있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여러 차례 레바논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좀처럼 열지는 못했다. 그 사이 레바논 선수들은 수시로 그라운드에 누웠다. 전반 30분 미드필더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상대 페이스에 말리지 말자, 우리 거 하자”고 외쳤다. 소용없었다. 섭씨 31도 더위 속에서 한국은 조급했다. 관중(4061명) 심정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캡틴 손흥민의 존재감은 컸다. 황의조가 상대 압박에 막히자,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전반 25분 손흥민이 문전 침투에 이어 상대 골키퍼를 앞에 두고 감각적인 로빙슛을 시도했다.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기 직전 레바논 선수가 오버헤드킥으로 걷어냈다. 전반 42분 손흥민은 상대 골문을 살짝 벗어나는 날카로운 프리킥을 선보였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했고, 상대 골키퍼가 간신히 막았다.
 
손흥민은 상대 핸드볼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동료 쾌유를 기원하는 세리머니도 펼쳤다. 손흥민은 오른손으로 숫자 ‘2’를 왼손으로는 숫자 ‘3’을 표시했다. ‘23’은 토트넘(2015~20년)에서 함께 뛴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테르 밀란)의 등 번호다. 덴마크 국가대표인 에릭센은 이날 오전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조별리그 핀란드전 도중 갑자기 쓰러져 심정지 상태가 됐다. 의료진의 심폐소생술과 병원 후송으로 의식을 되찾았다.
 
◆최종예선은 어떻게 진행되나=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에는 12개 팀이 참가한다. 2차 예선 각 조 1위 팀 중 개최국인 카타르(E조 1위)를 제외한 7개 팀과 조 2위 팀 중 상위 5개 팀이다. 이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순으로 두 팀씩 1~6번 포트에 배정된다. 각 포트에서 한 팀씩 뽑아 두 개 조로 편성한다.
 
같은 포트 속 팀끼리는 조가 갈려 만나지 않는다. FIFA 랭킹 39위 한국은 일본(28위), 이란(31위)에 이어 FIFA 랭킹이 세 번째다. 이란의 2차 예선 최종 순위에 따라 포트가 결정된다. 조 1위를 확정한 한국, 일본과 달리 이란(승점 15)은 C조 2위다. 16일 1위 이라크(승점 17)와 2차 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이란이 이겨서 조 1위가 되면 한국은 호주(FIFA 41위)와 함께 포트2에, 이란이 지면 한국은 일본과 포트1에 속한다. 한국은 포트2로 갈 경우 일본이나 이란을, 포트1에 갈 경우 이란이나 호주를 만난다. 조 추첨식은 다음 달 1일 열린다. 최종 예선은 9월 시작한다. 홈앤드어웨이 방식의 풀리그(총 10경기)로 진행한다. 각 조 1, 2위는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3위 팀 간 플레이오프 승자가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 출전한다.  
 
고양=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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