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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호, 첫 키워드는 여성

중앙일보 2021.06.14 00:02 종합 1면 지면보기
이준석(36)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출근 첫날부터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이 대표는 13일 김기현 당 원내대표와 만나기 위해 국회로 출근하면서 서울시 공유형 자전거인 따릉이를 탔다. 노타이 차림에 백팩을 메고서다. 서울 상계동 자택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역까지는 지하철로 이동했다. 이 대표는 평소에도 지하철과 전동킥보드를 애용해 왔다.
 

초선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내정
지명직 최고위원도 여성 유력
이 “여풍 이렇게 셀 줄 몰랐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김 원내대표를 만나 당직 인선 등을 논의했다.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는 이준석호(號)에는 여풍(女風)이 거세다. 선출직 최고위원 다섯 자리만 해도 조수진·배현진 의원과 정미경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등 여성이 이미 세 자리를 꿰찼다. 남성인 김재원 최고위원과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묻힌다는 당내 반응이 나올 정도다.
 
수석대변인에는 초선의 황보승희 의원이 내정됐고,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도 이 대표가 “원외 여성 전문가를 모시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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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박사 출신인 윤희숙 의원은 당 안팎에서 정책위의장 또는 여의도연구원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토론 배틀’ 방식으로 선발될 대변인 두 자리도 여성의 약진 가능성이 있다.
 
20대 남성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여성 할당제 폐지와 반(反)페미니즘을 내세웠던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여성이 부각되자 당내에선 “아이로니컬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대표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 12일 “여풍이 이렇게 셀 줄 몰랐다. (지명직 최고위원도)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전문가라서 섭외하려고 한 건데, 여성 최고위원이 3명이나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결국 성별 배분보다는 능력 위주의 인선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총장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가 원외이고, 최고위원도 모두 초선이나 원외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에 “사무총장은 경륜을 갖춘 중진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당내 기류가 강하다. 이 대표도 중진을 검토하고 최근 4선인 권영세 의원에게 사무총장직을 맡을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했다. 권 의원은 “앞서 두 차례나 사무총장직을 맡았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또 다른 사무총장 후보로 4선 권성동 의원 등이 거론된다.
 
정책위의장 인선에는 3선의 김도읍 의원과 재선인 성일종 의원, 초선인 유경준·윤희숙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안갯속이다. 이 대표는 통화에서 “최근 몇몇 원외 여성 인사가 언론에 후보로 거론되는데 사실과 다르다. 좀 더 시일을 갖고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서범수 대표 비서실장을 내정했다. 황보 의원은 이 대표, 하태경 의원 등과 청년문제 연구 모임인 ‘요즘것들연구소’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서 의원은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을 지냈다.
 
이 대표는 14일 첫 공식 일정으로 천안함 희생 장병 묘역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하고, 이후 철거건물 매몰사고가 터진 광주의 합동 분향소도 찾는다. 정치인들이 통상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참배하던 관례와 다른 행보다. 보수정당 대표가 취임 후 첫날 공식 일정으로 광주를 찾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대전현충원 참배는 이 대표가 보수 진영의 전통적 가치인 안보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호남 방문은 그가 경선 기간 중 강조해 온 호남지역 공략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악연이 맞다”고 했던 ‘상계동 이웃사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지난 12일 오후 5시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나 약 40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가 먼저 제안해 성사된 만남이었다. 야권 관계자는 “합당이나 통합과 관련해 서로 공감대를 확인했다. 다만 어떤 유의미한 결론을 낸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부터 취임 축하 문자가 왔다. 나도 감사의 뜻을 문자로 전했다”고 밝혔다.
  
손국희·성지원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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