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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전셋값 갑자기 뛰었다···임대차3법, 공포의 마지막 단추

중앙일보 2021.06.13 17:40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사무실에 인근 아파트들의 매매와 전세, 월세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사무실에 인근 아파트들의 매매와 전세, 월세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안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던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이달 초 전·월세 신고제 시행 이후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전·월세 신고제는 전·월세 시장 투명화를 위해 정부가 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 초과의 임대차 계약을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한 것이다. 일부 집주인들은 과세 근거 노출에 따른 세금 부담을 우려해 전셋값을 올리기도 한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8% 올라 일주일 전 조사(0.06%) 때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 2·4 공급대책 시행 이후 첫 조사에서 0.10%를 기록한 뒤 상승 폭을 줄여나갔다. 이후 0.02~0.03%를 꾸준히 유지했지만 지난달 말 조사에서 0.06%로 반등하더니 일주일 만에 오름폭을 더 키웠다. 
 
지난주 서초구 전셋값 상승률은 0.39%로 2018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불과 한 달 전(5월 첫째 주) 서초구 전셋값 상승률은 0.01%에 그쳤었다. 부동산원은 최근 전셋값 상승 폭이 커진 건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이주 수요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안정을 찾던 강남구(0.00→0.05%), 송파구(0.02→0.15%), 강동구(0.01→0.10%), 동작구(0.00→0.13%) 등에서도 일제히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다시 불안해진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시 불안해진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전세 시장은 지난해 7월 도입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으로 인한 후유증을 크게 겪었다. 이 때문에 '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 신고제 시행에 대한 우려가 컸다. 
 
지난해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면서 세입자에게 최대 4년(2년+2년)의 거주 기간을 보장하고, 계약 갱신 시 5% 이상 전셋값을 올릴 수 없게 했다. 이런 법이 시행되면 전세 시장이 안정될 것이란 정부의 기대와 달리,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었고,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이로 인해 전세 품귀 현상이 1년 가까이 지속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건수는 2만1267건으로 한 달 전(2만2022건)보다 4.5% 감소했고, 1년 전(4만5142건)과 비교해선 절반 이상 줄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값 ‘이중 가격’ 현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전세값 ‘이중 가격’ 현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집주인들은 최대 4년간 임대료 인상이 제한되자 신규 전세 계약을 할 때 전셋값을 대폭 올려받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단지, 같은 층에서 전세보증금이 수억 원 이상 벌어지는 '이중 가격' 현상도 심화했다. 중앙일보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서울에서 신고된 전세 계약을 조사해보니 417개 아파트 단지(동일 면적 기준)에서 5억원 이상 이중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94.69㎡의 경우 전세 최고가(39억원)-최저가(19억9500만원) 차이가 19억500만원이나 됐다.  
 
이달 초 전·월세 신고제 시행 이후에는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99.6㎡의 경우 이달 신고된 전세 계약은 2건의 보증금은 각각 14억5000만원, 7억9800만원으로 두 가격의 차이는 6억5200만원이었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94㎡도 전세보증금 최고가격이 15억원, 최저가격이 8억7150만원으로 차이가 6억2850만원에 이른다.  
 
재계약이 가능한 기존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5% 이내로 올려주면 되지만, 신규 세입자들은 크게 뛴 전셋값을 감당하기 위해 신용대출 등의 수단까지 동원하고, 여의치 않은 경우 더 저렴한 집을 찾아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전세 시장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우선 서울에 임대 시장의 신규 공급이 더 줄어든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입주하는 신축 아파트는 총 3만717가구 정도다. 지난해 입주 물량(4만9277가구)보다 37.6% 줄어든 수치이다. 내년 입주 물량은 2만423가구로 올해보다 33.5% 더 줄어든다. 역대 최저 수준의 입주물량인데, 현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 공급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정부가 신규 공급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결과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민간 등록임대주택 제도 폐지도 전세 시장의 불안 요소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차 시장의 92%가 민간 임대인데, 이를 규제하면 공급이 크게 줄 수밖에 없다"며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활로를 터줘야만 전세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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