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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원전줄이기가 성인지 사업? 서울시 황당 분류

중앙일보 2021.06.13 16:3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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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망사고 줄이기, 중소기업 적합업종 보호 활성화, 창동 일대 도시재생거점 인프라 조성…. 이런 사업들이 성인지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지난해 서울시 성인지 사업 7개 중 1개는 이처럼 대상자와 수혜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사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2020 회계연도 결산검사서 지적

 
13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2020 회계연도 서울시 결산검사의견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의 성인지 사업 327개 중 44개는 사업 대상자와 수혜자가 없거나 불특정으로 설정돼 성평등 효과를 분석하기 어렵다고 평가받았다. 2019 회계연도(34개)보다 지적받은 사업이 10개 늘었다. 
 
성인지 예산제는 여성과 남성에 미칠 사업 영향을 미리 분석해 예산 편성·집행에 반영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혜택을 받았는지 평가하는 제도다. 서울시가 편성한 지난해 성인지 사업은 총 327개, 3조 1624억원 규모다. 
 

시립대 지원·버스 서비스 개선도 성인지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왜 성인지 예산에 편성됐는지 알기 어려운 사업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남북경협 편람 제작 및 배포,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 원전하나줄이기 정보센터(현 기후에너지 정보센터) 운영, 도시 재난회복력 구축 및 강화, 살기 좋은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어린이병원 청사시설 운영 관리 등이다.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전경. [연합뉴스]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전경. [연합뉴스]

 
원전하나줄이기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작된 것으로,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원자력 1기 생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대체하자는 서울시 정책이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관련 교육이나 정보 제공시 성인지 관점에서 편견이 생기지 않게 주의하고, 관람객의 성비가 고르게 분포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성인지 사업으로 분류됐다”며 “이번 지적 사항은 관람객 목표를 잡을 때 성별을 구분하라는 뜻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북경협 편람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남북 교류에서 여성 문제를 다룰 계획이었는데 여성기업수 등의 데이터를 찾기 어려워 여성 카테고리가 빠지고 법이나 역사 합의문 중심으로 구성됐다”며 "사업 내용이 취지와 달라졌다"고 해명했다. 
 

“남북경협 ‘여성’ 주제는 결국 제외”

결산검사위원회는 또 정보취약계층 정보격차 해소, 서울시립대 운영 지원, 중고교 명예교사단 구성 운영, 버스 서비스 개선 사업 등도 수혜자를 성별에 따라 구별하는 것이 무의미하거나 성별을 기준으로 접근하기 불가능한 성인지 사업의 예로 꼽았다. 
 
성인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이 실국별로 실시하는 성인지 예산 교육에 대한 참여도도 낮았다. 2019년 25.4%에서 2020년 18.6%로 되레 줄었다. 시민소통기획관·남북협력추진단 등 16개 실국은 지난해 교육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서울 시내 약국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서울 시내 약국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013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성인지 예산은 그동안 양성 평등과 관계가 적은 사업에 사용돼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의 대상이 됐다. 서울시는 개선을 위해 올해 1월부터 계획 실행 지침서 작성, 시민 의견 반영 등의 내용을 담은 ‘성인지 예산제 실효성 향상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산 마스크 수의계약 등 77개 사항 지적

 
결산검사위원회는 성인지 사업뿐 아니라 예산 집행 관련 77가지 지적사항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이 중에는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26개 당연직 이사(서울시 공무원)의 이사회 참여율이 58.8%에 불과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마스크 구매 시 주 업종이 배수펌프장 원격제어시스템인 업체와 중국산 마스크 수의계약(181억7600만원)을 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시는 이 업체와 계약을 하면서 마스크 조기 확보라는 목적에 맞지 않게 107일의 납품기한을 보장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런 지적사항에 대해 소관 실국별 개선 조치를 추후 서울시의회 각 상임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번 결산검사의견서는 오는 15일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승인받은 뒤 공시된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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