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4·7 재·보선에서 불붙은 2030의 자신감…이준석 현상 만들었다

중앙일보 2021.06.13 14:43
보수의 대표 얼굴이 확 젊어졌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준석(36) 신임 대표는 바로 직전 당을 이끌었던 김종인(81)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손자뻘, 문재인(68) 대통령의 막내 아들뻘이다. 그와 여야 대표로서 동급이 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58세) 대표보다는 22세나 젊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배현진(38) 최고위원과 김용태(31) 청년최고위원도 함께 뽑혔다. 제1야당 지도부의 30대 바람이 거센 것이다. 이들과 함께 지도부를 구성할 김재원(56)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일원이 되고 보니 제가 원로”라는 당선 소감을 남겼다. 이제 세대 교체 바람은 국민의힘을 넘어 여의도 전체를 향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대표실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평소에도 따릉이를 애용했으며, 당 대표 차량은 있으나 운전 기사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오종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대표실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평소에도 따릉이를 애용했으며, 당 대표 차량은 있으나 운전 기사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오종택 기자

 

탄핵이 불러온 세대 교체 바람, 4·7 보궐선거 때 “정치세력화”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세대 교체 바람의 발원지는 진보 진영이다. 많은 전문가가 이준석이 상징하는 이른바 ‘MZ 세대(2030세대)’가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시작한 시기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촛불 집회 때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촛불을 들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나섰던 2030세대 상당수는 이듬해인 2017년 5월 실시된 19대 대선 때 문재인 정부 출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그러나 빠르게 불어온 바람은 급속도로 방향을 바꿨다. 여권에 재빨리 등을 돌린 세대 중 하나가 이들인 까닭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사건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갈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불공정’에 분노하는 젊은 세대가 늘었다. 게다가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까지 겹치면서 2030의 여권 지지율이 지난 4년 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진곤 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는 “변화를 요구하는 2030의 덕을 보고 정권을 창출한 사람들이 자신들 운동권 논리에 갇힌 기득권이 돼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며 “청년층이 실망하고 등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서울시장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3월 25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노원구 노원역 사거리에서 거리유세를 하고 있다. 이준석 노원구 당협위원장이 오세훈 후보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3월 25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노원구 노원역 사거리에서 거리유세를 하고 있다. 이준석 노원구 당협위원장이 오세훈 후보를 소개하고 있다.

 
불만을 품은 젊은층이 ‘정치 세력’이 된 분기점은 4·7 재·보궐선거다. 박영선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자신의 저조한 지지율에 대해 “20대는 역사적 경험치가 낮다”고 평가절하하자 청년층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그런 여당과 달리 청년을 유세차 단상에 올려 지지 연설을 들은 뒤 “20대가 똑똑하다. 무섭다”며 몸을 낮춘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특히 ‘0선 중진’으로 불린 이준석 대표는 이 시류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올라 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오세훈 후보 캠프의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아 2030세대를 연단에 이끌어낸 그는 특히 문재인 정부의 페미니즘 기조에 정서적 반발이 컸던 젊은 남성의 우군을 자처했다. 그는 “성평등이라고 이름 붙인 왜곡된 남녀 갈라치기를 중단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20대 남성표가 갈 일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난 재·보선은 어느 한 쪽 진영에 느슨하게 속해 있던 정치 행위를 넘어서서 2030세대가 스스로 정치 세력화하게 된 계기”고 평가했다. “20대가 보궐선거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을 느꼈다”(이진곤 전 교수)는 분석도 나왔다.
 

시류 탄 ‘0선 중진’…질문 회피 안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세대 교체를 주장하며 정치권을 거쳐 간 대부분 청년 정치인들이 반짝 바람에 그친 반면 이준석 대표의 약진에는 변화에 대한 욕구와 개인의 특성이 맞물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2011년 정치 입문 이후 거쳐 온 모든 당에서 주요 당직을 맡아 중앙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 예능과 시사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TV에 출연해 인지도도 높다.
 
신중한 어법이 몸에 밴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민감한 질문도 회피하지 않고 즉답을 내놓는 어법이 “젊은층 취향저격”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악연이냐”고 물으면 “맞다”고 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에 대비해 대선 경선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에는 “대선 버스는 정시에 출발한다”고 선을 긋는 식이다. 실시간 이슈에 대해 SNS에 즉각 반응을 올리는 “디지털 네이티브”(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기도 하다. 대표 당선 다음날인 12일에만 페이스북에 4개의 메시지를 올렸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준석 같이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치인은 의견을 감추고 낮추는 보수 진영에선 찾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제부터 이 대표처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정치권에서)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지원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sung.jiwo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