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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상상도 못 할 공급대책', 따져보면 거짓말 거짓말

중앙일보 2021.06.13 10:49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가 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누구나집 5.0 및 누구나주택보증 시스템 도입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서철모 화성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누구나집은 송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부동산 공급 대책이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가 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누구나집 5.0 및 누구나주택보증 시스템 도입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서철모 화성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누구나집은 송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부동산 공급 대책이다. 오종택 기자

요즘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잇따라 주택공급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정권 초기인 2017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투기수요억제 위주의 부동산대책을 내놓던 것과 딴판입니다. 이전에는 공급은 충분한데 투기세력에 의해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줄기차게 얘기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공급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이제는 '상상도 못 할 대책'까지 내놓겠다고 합니다. 
 

설익은 부동산 정책에 바닥 아래로 떨어지는 신뢰

더불어민주당은 "6월에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부동산 공급 정책을 제안해 청년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했고, 지난 10일 발표한 '누구나집' 프로젝트가 '상상도 못 할 대책'의 첫 작품입니다.
 
‘누구나집’은 당장 집을 마련할 초기자본과 목돈 없는 무주택자·청년·신혼부부 등이 집값의 6~16%를 지불한 후, 3년 건설 기간을 거쳐 10년간 시세의 80~85% 수준의 임대료(임대료 상승률 2.5%)를 내며 거주하다가 입주시에는 첫 계약 당시 이미 정한 집값으로 분양(13년 후)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인천 검단 등 시험사업 부지 6개 지역과 2기 신도시 내 유보지를 활용해 1만6000여가구를 내년에 공급하겠다고 합니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제도입니다. 분양 전환 시점에 집값이 크게 올라가 있으면 '로또'가 되는 셈이고, 집값이 내린 상황이면 분양받지 않으면 됩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입니다. 분양 시점에 집값이 내려가 있을 경우 사업시행자(건설사)에게 부담(시행자 이익 회수)을 지게 하는 문제 때문에 우량 건설사가 나서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나중 문제이고, 당장 사업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유보지는 대학, 연구소, 문화·복지시설 등이 있는 주민 자족시설용지로 활용하게 돼 있습니다. 이런 땅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면 주민들이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9월 과천시민광장(청사유휴지) 사수 시민대책위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청사유휴지 주택 공급 정책) 철회 촉구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과천시민광장(청사유휴지) 사수 시민대책위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청사유휴지 주택 공급 정책) 철회 촉구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과천정부청사 부지에 아파트 4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계획이 주민 반발로 전면 취소됐는데, 이런 사례는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8·4공급 대책을 통해 야심 차게 발표한 사업부지가 현재 모두 주민반발로 무산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태릉CC·용산 캠프킴·정부 과천청사·서부면허시험장 등에 3만 3000가구를 공급하고 태릉CC개발의 경우 올해 말에 사전청약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는데, 현재로선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부지 상황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얘기에 귀닫은 결과이고 정부는 '거짓말'을 한 셈입니다.  
 
지난해 10월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의 회원들이 '세계유산 태·강릉 자연경관 보전 위한 국제사회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의 회원들이 '세계유산 태·강릉 자연경관 보전 위한 국제사회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창흠 전 국토부장관이 “역대 최고 수준인 전국 83만6000가구(서울 32만가구)를 2025년(사업부지 확보 기준)까지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2·4공급대책 역시 사업대상지 주민들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2·4대책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수도권 신규 택지 공급은 사업 예정부지에 투기 정황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사업지 발표 시점을 지난 4월에서 올 하반기로 늦췄습니다. 하반기에 발표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합니다. 
 
또한 이 정부는 '공로민불'(공공이 하면 로맨스, 민간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공공의 역할을 강조했는데,공공 사업자의 대표주자인 LH는 땅 투기 사태 이후 숨만 죽이고 있습니다. 공급 시점이나 공급량을 나중에 따져볼 경우 2·4대책의 상당 부분은'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주자들이 연이어 김포공항 이전과 주변 지역 개발 등의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포공항 이전 추진부터 시작해 주변 지역의 고도제한 등을 풀겠다는 것입니다. 공항 이전 얘기가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상상도 못 할 대책'을 내놨다는 정부와 여당에 대해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무능과 뻔뻔스러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집값 오름세 속에 잇따라 나오는 정부·여당의 부동산 대책을 보면서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저만 그런 걸까요?
 
함종선 부동산팀장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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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 함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