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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은 11월?…매의 발톱 드러내는 이주열

중앙일보 2021.06.13 05:00

하현옥 금융팀장의 픽: 연내 기준금리 인상

 
차선을 바꾸기로 마음을 먹은 뒤, 깜빡이를 켜려 방향지시등 손잡이까지 손을 뻗은 상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한국은행의 상황을 이렇게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1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1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이주열 총재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한국은행 71주년 창립기념사에서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전체 회의 직후 “연내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한 발언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으로 읽힌다.  
 
이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의 문을 연 뒤 한은은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10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의 발언도 맥을 같이 한다.  
 
한은이 긴축 기조를 시사했다는 질문에 박 부총재보는 “기준금리가 0.5%로 낮은 수준인 만큼 경기 상황이나 금융안정 상황, 물가 상황을 봐서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긴축은 아닐 수 있고 낮은 수준에서 소폭 점진적으로 올려가는 것을 긴축 기조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과 수위는 한은 내부적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방향을 어느 정도 잡지 않았다면 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할 정도다.  
 
긴가민가하던 시장도 한은의 시그널에 설득되는 모양새다. JP모건에 이어 연내 기준금리 인상 전망 대열에 합류하는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예상 시기는 4분기다. 통화정책 결정 회의가 예정된 오는 10월과 11월 중에 정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임기 만료(22년 3월)와 신임 총재의 임기 개시, 대통령 선거 일정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오는 11월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내 인상에 나서지 못하면 향후 일정상 금리 정책 논의가 내년 하반기로 밀릴 수 있다”며 “그럴 경우 금융불안정 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통화 정책 공백이 생길 우려 등도 염두에 둔 듯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매의 발톱을 조금씩 드러내는 것은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커지는 금융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지만 하반기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 경제 4% 성장 예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해 한국 경제 4% 성장 예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은이 전망하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0%다. 최근의 흐름에 비춰보면 4%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준금리 상승의 충격을 버텨낼 힘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하는 듯하다.

 
이런 상황 속 가계 빚은 지난 1분기 1765조원을 돌파했다. 시중에 흘러넘치는 유동성은 부동산과 주식시장, 암호화폐 시장으로 몰려들며 자산시장 과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며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2.6% 상승했다. 5월 미국의 CPI는 1년 전보다 5% 오르며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년 전보다 9% 올랐다. 
소비자물가, 9년 1개월 만에 최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소비자물가, 9년 1개월 만에 최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때문에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긴축을 향한 방향 선회를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 속 역사상 처음으로 사들였던 회사채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논의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약간의 금리 인상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분위기 조성 중이다.

 
이제 관건은 이 총재의 발언대로 경제의 회복세가 어떻게 진행되느냐다. 차선을 바꾸려고 마음을 먹었더라도 도로의 상황이 어떨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장 난 차가 길을 막을 수도, 어디선가 공사가 한창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바뀐 차선에 적응할 수 있게 안전벨트는 제대로 매야 한다는 것이다.

 
하현옥 금융팀장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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