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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사랑’ 나흘

중앙선데이 2021.06.12 00:20 740호 17면 지면보기

WIDE SHOT

와이드샷 6/12

와이드샷 6/12

아침 8시 30분 처음 본 붉은점모시나비 날개, 손톱만 했다. 그로부터 아주 천천히, 너무도 조금씩, 그렇게 느릿느릿 날개가 커졌다. 두어 시간 후 비로소 날개가 날개다워졌다. 그런데도 날지 못한다. 날만큼 날개가 더 단단해져야 한다. 햇볕과 바람에 날개를 말리고 또 말렸다. 사실 이 시간이 이들에겐 가장 위험하다. 움직이지 못하니 새들의 먹잇감이 되기에 십상이다. 멸종위기종Ⅰ급인 이 친구들, 어른 나비로는 고작 나흘 산다. 그 나흘 안에 짝짓고, 알을 낳아야 할 운명이다. 햇볕과 바람의 시간 390분이 지나서야 첫 날갯짓으로 하늘에 올랐다. 붉은 점 흩뿌린 모시 같은 날개가 하늘에 나풀거리니 영락없는 아폴로의 나비(Red-spotted apollo butterfly)다. (촬영 도움 및 감수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박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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