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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유재석이 연 부캐시대…N잡러를 위한 행복한 돈벌기

중앙일보 2021.06.11 14:00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97) 

‘부캐 열풍’ 시대입니다. 부캐는 본명과 다른 이름,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게 설정된 스타일, 성격과 세계관까지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말하는 용어입니다.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원래 키우던 캐릭터나 계정(본캐) 외에 새롭게 만든 캐릭터와 계정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 광고와 함께 일반인의 일상생활에서도 쓰이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라는 캐릭터로 부캐 시대를 연 유재석은 이후 댄스그룹 ‘싹쓰리’, 환불원정대의 제작자 ‘지미 유’ 등으로 다양하게 활동영역을 넓혔습니다. 코미디언 김신영은 둘째 이모 ‘김다비’라는 가상 캐릭터로 신곡을 발표하고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하면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부캐열풍을 몰고온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많은 사람이 프리랜서 위주의 N잡러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MBC]

부캐열풍을 몰고온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많은 사람이 프리랜서 위주의 N잡러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MBC]

 
연예인의 이런 유쾌하고 즐거운 부캐 놀이와는 조금 다른 일반인의 부캐 열풍도 만만찮습니다. 현직 의사 3명이 함께 만들고 있는 유튜버 채널 ‘닥터 프렌즈’는 재미없고 딱딱하고 어려운 의학 상식과 정보들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면서 의사가 아닌 방송인으로서의 부캐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들처럼 자신이 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유튜버로, 웹소설 작가로, 디자이너로 자신의 재능을 살려 또 하나의 삶을 사는 멋진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부캐 열풍이 마냥 즐겁고 보기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일과를 마치고 대리운전을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N잡러의 모습도 부캐 열풍의 한 단면입니다. 연예인의 부캐 열풍과 일반인의 부캐 열풍은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탄생과 열풍의 원인과 기대하는 바가 다릅니다. ‘어떻게 부업을 할 수 있을까’, ‘N잡러로 부자 되는 법’ 등 SNS에서는 부캐와 N잡러에 대한 다양한 콘텐트이 넘쳐납니다. 왜 일반인도 부캐 열풍, N잡러 대열에 뛰어들고 있는 것일까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경제환경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긱이코노미라는 멋진 표현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 경제, 프리랜서 위주의 경제 활동이 점점 주를 이루어가는 현상이 많은 사람을 부캐, N잡러의 길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평생직장, 안정된 직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청년이 버는 소득으로는 치솟는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고, 길어진 노후 준비도 불가능합니다. 좀 더 멋진 삶을 위한 선택으로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부캐는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퇴근 후나 주말에 다른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여건과 시선도 변했습니다. 밤늦게까지 야근과 회식이 잦았던 시대에는 다른 일을 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정시퇴근 문화와 회식 문화가 바뀌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두 번째로 직장인의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직장을 선택하면 평생 직장을 꿈꾸고 그 직장에 뼈를 묻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만, 요즈음은 신입사원도 직장을 떠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다양한 경제적 자아를 도덕적이거나 심리적인 충돌 없이 쉽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기회가 되면 다른 일을 쉽게 선택합니다.
 
세 번째, 부캐로 활동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과 다양한 미디어, SNS가 등장했습니다. 유튜버의 수와 콘텐트가 매우 다양해졌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 등 자신의 취향과 콘텐트 성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SNS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SNS나 미디어 사용이 기술 발달로 점점 쉬워지고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내 주위에도 다양한 부캐로 활동하는 멋진 후배가 많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단톡방을 개설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 글쓰기·엑셀·PPT·노션 등 다양한 스마트 도구들 활용하는 법을 강의하는 사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책으로 펴내는 사람 등등. 회사에서는 과장님, 부장님으로 불리지만 퇴근 후엔 대표님, 작가님, 강사님으로 불립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부러울 때도 있고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100세 시대 좀 더 행복하게 부캐를 활용하면서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떤 마음으로 부캐를 바라보고 어떻게 선택하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행복한 벌이를 위한 부캐의 심리학’을 정리했습니다.
 
대부분의 본캐는 시한이 정해져 있다. 1차 은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본캐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사진 unsplash]

대부분의 본캐는 시한이 정해져 있다. 1차 은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본캐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사진 unsplash]

 
시작은 ‘100세 시대 부캐를 활용한 돈벌이는 필수’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만 힘들어서 할 수 없이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현재 벌고 있는 소득이 적거나 불만족스러워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지금 하는 일이 나와 적성이 맞지 않아서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유재석이나 현직 의사가 왜 부캐를 만들겠습니까?
 
100세 시대, 하나의 직업으로만 살기 힘든 시대입니다. 그리고 본캐가 늘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본캐는 내가 잘하는 것으로 승부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본캐는 시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1차 은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본캐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아니면 긴긴 노후에라도 또 하나의 직업, 또 하나의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해야 한다면 ‘가능하면 행복하게 돈 벌자’는 마음이 좋습니다. 부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일과를 열심히 살아내고 나서도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글쓰기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커피 관련 비즈니스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디자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에 옷 디자인을 올리는 것으로 부캐를 만들어내면 좋습니다.
 
돈만을 벌기 위해 메인 잡 외에 또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면 힘들고 슬픈 일입니다. 처음에는 돈을 좀 적게 벌 수도 있고, 거의 수입이 없을 수도 있지만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몰입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고 은퇴 후에 노후에도 즐겁게 일을 계속하면서 생산성을 높여나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캐와의 균형’을 지키는 마음이 매우 중요합니다. 시간이 흘러 부캐가 본캐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성급하게 부캐로 승부를 걸려고 하다 보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나는 은행 동기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표현을 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직장생활이 힘드냐? 성과를 놓고 벌이는 전쟁터 같다고? 그래 힘들지. 그런데 밖은 지옥이다.”드라마 미생에서도 비슷한 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이 힘들지만 부캐로 승부를 거는 것은 힘들기도 하고 아주 위험하기도 합니다. 부캐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숫자만큼이나 부캐로 승부를 걸었다가 실패하고 좌절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확신을 가질만한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본캐에 집중하는 것, ‘본캐와의 균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안정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부캐, 멀티 페르소나, N잡러…. 이들 용어는 같은 현상을 다르게 바라볼 때 사용됩니다. 분명한 것은 조금 다른 자기계발, 조금 다른 개인 성장, 조금 다른 직업관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변화의 방향과 현실적인 필요를 잘 파악하고 ‘가능하면 행복한 돈벌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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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진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필진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 같은 환경, 같은 조건인데도 누구는 부자가 되고 누구는 가난해진다. 그건 돈을 대하는 마음이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른바 재무심리다. 오랜 세월 재무상담을 진행하고 강의도 한 필자가 재무심리의 신비한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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