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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통화정책 질서있게 정상화해야"…한발 더 다가온 금리 인상

중앙일보 2021.06.11 08:0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또다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싣는 발언을 내놨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연내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있다”고 한 것보다 한 층 선명해진 메시지다.
 
이 총재는 11일 한국은행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며 “코로나19 전개상황, 경기회복의 강도와 지속성, 그리고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면밀히 점검하며 완화 정도의 조정 시기와 속도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확장적 위기대응 정책을 금융·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것은 우리 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긴장할 시장을 염두에 둔 듯 그는 "(완화 정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경제 주체들과 사전에 충분히 소통함으로써 이들이 충격 없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발언은 지난달 28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의 운을 뗀 정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경제 상황이 호전된다면 그에 맞춰 이례적인 완화 조치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은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뒤 현재 0.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이 총재의 잇따른 발언은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기는 하지만 하반기 우리 경제는 회복세가 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주요국 경제의 성장세 강화와 수출과 투자의 호조, 소비가 더욱 개선될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1.7%를 기록했다. 지난달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치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가 회복의 궤도에 제대로 진입하면 금리 인상에 버틸 수 있는 맷집이 튼튼해질 수 있다. 한은이 운신할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경기만 회복된다면 완화적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할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이 총재는 "각국의 정책당국이 시행한 전례없이 과감한 경기부양조치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지만 이 과정에서 부문 간·계층 간 불균형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제주체들의 위험추구 성향이 강화되며 실물경제에 비해 자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해 자산 불평등이 심화됐고, 부동산·주식 뿐 아니라 암호자산으로까지 차입을 통한 투자가 확대되며 가계부채 누증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들썩이는 물가도 한은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이 총재도 "최근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필요하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계 빚 증가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며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게 될 약한 고리에 대한 우려도 잊지 않았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지원조치가 종료될 경우 다수의 취약차주가 채무상환에 애로를 겪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와 감독 당국과 함께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심화한 양극화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이 총재는 “팬데믹 이후를 대비하는 정책적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며 “이러한 흐름을 신성장동력 창출을 통한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머지않은 장래에 국가 간·기업 간 대격차(Great Divide)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경제가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산업구조와 규제체계 개편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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