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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주 시내버스 덮친 재개발 안전 불감증

중앙일보 2021.06.11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지난 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 구역에서 5층 상가건물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졌다. 철거업체, 재개발 조합, 시공사, 광주시청과 구청, 경찰, 노동청 등의 안전 관련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고 참사 책임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 구역에서 5층 상가건물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졌다. 철거업체, 재개발 조합, 시공사, 광주시청과 구청, 경찰, 노동청 등의 안전 관련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고 참사 책임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개발을 위해 철거 중이던 5층 상가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쳐 무고한 시민 9명의 생명을 앗아간 지난 9일 광주광역시 ‘54번 시내버스 참사’는 후진국형 인재(人災)로 보인다. 아들 생일에 갑자기 떠난 60대 어머니, 친구들과 영원히 이별한 고2 남학생 등 한순간에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 9명의 사연이 안타깝다.
 

5층 건물 해체하면서 허술하게 진행
후진국형 인재…재발방지책 세워야

대낮에 대도시 대로변에서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변이 발생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철거업체는 물론이고 시청·구청·노동청·경찰 등 안전 관리 의무를 방기한 관련 공무원들의 책임을 철저히 묻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참사는 4명의 사상자를 낸 2019년 5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철거 현장에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철거업체 대표와 감리 보조사가 구속됐다. 당시 철거업체는 크레인 대여료 등을 줄이기 위해 철거 계획서와 달리 1층부터 철거하다 사고가 났다고 한다.
 
이번 광주 참사도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관계 당국과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안전에 대한 기본이 철저히 무시됐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사고 직전 건물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해 현장 인부들이 대피했으면서 주변 차로를 통제하지 않은 것은 뼈아프다. 경찰이 철거 건물 주변의 교통 통제를 제대로 했는지 따져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철거 중인 건물과 도로는 불과 3~4m로 좁았는데 지극히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부실했다. 유일하게 파이프에 천막을 엮은 임시 비계 가림막을 설치했으나 시민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 안전을 위해 마땅히 설치해야 할 철제 지지대도 없었고, 보행자를 보호할 철제 구조 터널도 설치하지 않았다. 광주광역시와 동구청은 철거 와중에 시내버스 정류장을 임시로 이전하지 않았다. 관할 노동청이 현장 안전 관리·감독을 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본격 철거 작업을 시작한 첫날 5층 건물이 한꺼번에 무너졌다니 철거 방식에 근본적 결함이 있었을 수도 있다. 업체는 계획서대로 철거하던 중이었는지, 왜 현장에 감리자가 없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급등 와중에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해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재개발 속도전’에 몰두하다 참사가 발생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이와 관련, 철거업체와 재개발조합은 물론이고 재개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안전조치 미이행 여부도 수사해야 할 것이다.
 
경찰이 철거업체 및 재개발 사업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니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따라야 한다. 이런 황당한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국의 재개발 사업 현장을 두루 점검하고 근본 대책을 제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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