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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김학의 보석으로 석방 “수뢰 혐의 재판은 다시하라”

중앙일보 2021.06.11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0일 7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김 전 차관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0일 7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김 전 차관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뉴시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상고심에서 “뇌물 공여자인 최모씨의 항소심 증언이 검사로부터 사전에 유도됐거나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2012년 말 성접대 동영상 의혹이 불거진 후 9년여를 끌어온 김 전 차관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하게 됐다.
 

2심선 뇌물 혐의 징역 2년6월형
재판부 “증인이 종전 진술 번복
검사가 회유 안한 것 증명해야”
‘별장 성접대’ 사건은 무죄 확정

재판부는 “검찰은 최씨를 1·2심 공판 전에 소환해 면담했고, 이 과정에서 최씨는 자신의 검찰 진술 조서를 확인했을 뿐 아니라 검사에게 법정에서 증언할 사항까지 물어봤다”며 “그 직후 법정에서 최씨가 종전 진술을 번복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구체적으로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공판에서 증인 신문할 사람을 미리 소환, 면담한 후 해당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면 검사는 회유나 압박, 암시 등으로 법정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며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최씨의 법정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은 2000년 10월~2011년 5월 사업가 최씨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명 휴대전화를 받아 사용하거나 상품권을 교부받는 등 516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이 중 4302만원가량에 대해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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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1·2심 공판 때 법정에서 자신의 아파트 인허가 뇌물공여 사건과 관련해 “내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는 걸 김 전 차관에게 들었다”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김 전 차관에게 사건 처리 청탁을 하지 않았다”던 검찰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씨는 “아들이 연예인이라 피해가 갈까 봐 얘기를 안 했다가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검찰과의 사전 면담을 거치면서 최씨 진술이 오염·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이번 판결이 무죄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사의 사전 면담이 증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면 증인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며 “파기환송심은 이 부분에 대한 검사의 증명 정도를 본 뒤 유무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도 “증인 사전 면담은 검찰 사무규칙에 근거한 적법 조치로, 해당 증인에 대한 회유나 협박은 전혀 없었다”며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김 전 차관 의혹의 핵심이었던 이른바 ‘별장 성접대’ 사건에 관해서는 원심대로 무죄를 확정했다. 2006~2007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억3100만원 상당의 금원과 ‘액수 불상’의 성접대 향응을 받고 윤씨 지인의 형사사건 관련 정보를 알려준 혐의(수뢰 후 부정처사 및 제3자 뇌물공여)가 여기에 해당한다. 1·2심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뇌물죄의 직무 관련성이나 공소시효와 관련해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김 전 차관의 보석신청도 받아들여 그는 지난해 10월 말 법정구속 이후 7개월여 만에 석방됐다.
 
정유진·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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