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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계획서와 다른 순서로 철거, 물 많이 뿌린 것도 붕괴 원인 가능성

중앙일보 2021.06.11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광주광역시 건물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왜 철거업체가 붕괴 위험성이 큰 건물 저층부터 철거작업을 선택했는지 의문을 밝힐 감리업체에 대한 소환조사도 못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감리업체를 소환조사하기 위해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닿지 않아 조사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고층 아닌 저층, 후면 벽부터 철거
감독해야 할 감리는 현장에 없어

감리업체는 철거계획서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 관리·감독하고 안전점검까지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붕괴 건물 철거작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비상주 감리로 계약됐고, 사고가 났을 때는 감리자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붕괴 건물 철거공사 관할 지자체인 광주시 동구청 관계자는 “시공업체에서 상주 감리가 아니라고 하지만 위험했던 공정이고 관리·감독이 필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붕괴 원인과 관련,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는 “철거를 고층부터 차례로 하지 않고 저층부터 동시다발적으로 하다 무너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형준 전 건국대건축대학장은  “잭 서포트(지지대)를 아래쪽에 설치하고 상부에서부터 한 층씩 철거해 내려오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건물 철거 방법 중 가장 안전하고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 동구청이 밝힌 해당 건물 철거계획서에 따르면 철거업체는 건물 5층 최상층부터 철거를 시작해 순차적으로 하향식 해체작업을 해야 했다. 중장비가 5층부터 3층까지 해체작업을 마친 뒤 1~2층 저층부로 내려오는 형태다. 중앙일보가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광주시 동구 주택재개발 사업 붕괴 건물 ‘건축물 해체허가 및 해체계획서’에는 건축물 안전도 검사를 통해 측정한 벽면 강도를 토대로 측벽 해체 순서가 기록돼 있다. 건물을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좌측→후면→정면→우측 순서로 철거해야 했지만 철거업체는 후면 벽부터 철거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전면부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붕괴 건물 인근 주민들의 증언과 현장 사진 등을 살펴보면 상층부가 아닌 건물 저층부터 철거작업이 진행된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주민들이 건물이 붕괴되기에 앞서 관할 지자체에 위험을 경고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인근 주민 A씨는 “지난 2일께 철거를 앞둔 5층 건물에서 큰 돌덩이가 ‘쿵’ 소리를 내면서 떨어져 동구청에 알렸는데 사고가 날 때까지 안전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붕괴사고가 일어난 당일 살수차에서 대량의 물을 철거 현장으로 뿌려 건물 뒷면에 쌓인 토사 하중이 붕괴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따져볼 방침이다.
 
광주광역시=최종권·진창일·김지혜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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