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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몰린 공수처, 尹 지지율 35% 찍은날 존재감 드러냈다

중앙일보 2021.06.10 18:4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력한 야권 대권 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윤 전 총장이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35%로 1위에 오른 10일 공수처가 윤 전 총장 관련 사건 두 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공개됐다.
 
윤 전 총장은 향후 수사 결과와 관계 없이 여야 국회의원을 포함해 '정치인 1호'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도 기록되게 됐다. 당장 야당에서 반발이 나오는 등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관으로 이동 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관으로 이동 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뉴스1

 

옵티머스,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직권 남용’혐의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4일 윤 전 총장을 공식 입건해 수사에 나선 사건은 두 가지다. 모두 여권 성향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먼저 사세행이 지난 2월 윤 전 총장과 이두봉 대전지검장,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을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으로 고발한 사건을 4개월 만에 '공제-7호'로 정식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사세행은 당시 고발 이유로 “2019년 5월 748억 초기 투자자인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를 펀드사기 혐의로 수사의뢰한 사건에 대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보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지검장의 직무를 고의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직무유기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직속 부하(당시 이두봉 서울중앙지검 1차장, 김유철 형사7부장)에게 사건에 대한 수사를 부실하고 축소하여 진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다른 한 건은 사세행이 지난 3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혐의를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기소를 방해했다”며 윤 전 총장과 함께 조남관 당시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공수처는 이 사건을 '공제 8호'로 입건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위기에 몰린 공수처, 유력 대권 주자 수사로 존재감 드러내나 

그간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등 여러 논란에 휩싸인 채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었다. 1호 수사로 감사원이 조사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특별채용 의혹’을 선택하면서 “수사력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쉬운 사건’을 고른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유력 대권 주자를 겨냥한 수사로 존재감을 보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공수처법은 고위직에서 퇴직한 사람도 재임 기간 중 저지른 혐의에 대해선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윤 전 총장도 현직 공직자 신분이 아니지만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수처의 대선 개입으로 비칠 수도”

 
하지만 공수처가 선택한 윤 전 총장 관련 고발 사건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법조계 안팎에서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두 사건 모두 지난해 12월 법무부의 윤 전 총장 징계 추진 당시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받은 건이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수사의뢰 사건에 대한 무혐의 처분은 부장 전결 사안이라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상당히 납득되지 않는다”며 감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후 추 전 장관이 추진한 윤 전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당사자인 김유철 지청장은 지난해 10월 국감 직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부실수사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었다. “전파진흥원이 2018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를 접수했으나, 정작 이후 '수사 의뢰는 예정에 없었는데 옵티머스 전 사주가 과기부에 민원해 과기부 지시로 수사 의뢰한 것' '자체 조사와 금감원 조사결과 문제가 없었다'라고 진술하는 등 수사에 소극적이었다”고 하면서다. 
 
또 "서울중앙지검 조사과에서 원래 '각하' 의견을 건의했지만 펀드자금 투자경위·성지건설 자금투입 경위 등을 보완 수사하도록 지휘했는데도 '혐의없음'으로 송치해 무혐의 처분했으며 당시 지검장(윤 전 총장)과 1차장(이두봉 지검장)에 보고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모습.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모습. 뉴스1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감찰 방해 의혹은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 징계청구 이유에 포함되긴 했다. 하지만 당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당시 윤 총장에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하면서 이 부문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사건을 포함했다는 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가 알려진 시점이 공교롭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면서도 공개 행보를 꺼려온 윤 전 총장은 지난 9일 잠행을 깨고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의 격차를 10%포인트 넘게 벌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8일 이틀간 18세 이상 2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5.1%로 기존 최고치(3월 34.4%)를 경신했다. 이재명 지사는 23.1%다.  
 
이에 그간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공수처가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김진욱 공수처장의 앞선 발언과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처장은 지난 2월 25 일 관훈 포럼에서 “공수처가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건을 해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자초하는 일은 피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검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겠다던 공수처가 대선 유력 주자에 대해 혐의도 모호한 직권남용 사건을 수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며 “오히려 공수처가 대선에 개입한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련 수사를 중단해야 하며, 수사를 하려면 대선 이후에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을 고발한 사세행이 친 정부 성향 단체라는 점도 논란 거리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옵티머스 사건 부실수사, 한명숙 사건 수사 방해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라며 “정권에 밉보인 인사들은 단지 친정부 단체에 의한 고발만으로도 그 명운이 좌우될지 우려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에 따라 (입건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하였다”라는 입장만 내놨다. 윤 전 총장 측도 대응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하남현‧정유진‧김민중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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