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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보다 큰 가계 빚 시한폭탄?…한은 "대외충격에 금융 안정성 훼손될 수도"

중앙일보 2021.06.10 18:37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1년 6월)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정익 물가동향팀장, 박종석 부총재보, 이상형 통화정책국장, 봉관수 정책협력팀장. [사진 한국은행]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1년 6월)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정익 물가동향팀장, 박종석 부총재보, 이상형 통화정책국장, 봉관수 정책협력팀장. [사진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다시 가계 빚 주의보를 켰다.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 부채로 허리띠를 졸라매게 되면서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 속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이 긴축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상황에서 쌓여가는 가계 빚은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는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가계 빚은 이미 지난해 3분기 한국 경제 규모를 뛰어넘었다. 한은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03.8%를 기록했다. 2018년 말 91.8%에서 지난해 3분기(101.1%)를 기록한 뒤 더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ongang.co.kr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ongang.co.kr

경제 규모를 넘어서는 빚의 크기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속도다.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 속도는 OECD 회원국 중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분기별 가계부채 증가율(전년동기대비 기준)은 지난해부터 4.6%(20년 1분기)→5.2%(20년 2분기)→7.0%(20년 3분기)→7.9%(20년 4분기)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에 가속페달을 밟게 한 건 주택가격이다. 주택가격 상승률은 1.1%(20년 1분기)→2.4%(20년 2분기)→4.5%(20년 3분기)→7.2%(20년 4분기)→10.3%(21년 1분기)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0.4배로 세계금융위기 이전 최고치(2007년 1분기ㆍ8.6배)를 크게 웃돈다.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넘게 모아야 수도권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가계부채 증가율 및 주택가격 상승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계부채 증가율 및 주택가격 상승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택 공급 부족에 완화적 통화정책 등에 따른 저금리로 주택 등 자산 투자 심리를 자극한 탓에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과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며 가계 부채가 늘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적정 수준의 부채는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빚이 빠르게 크게 늘어나면 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커지며 씀씀이를 줄일 수 있어서다. 소비가 줄면 성장률이 낮아지고, 경제가 위축되면 가계의 주머니 사정은 더 나빠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950년부터 2016년까지 80개 국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계부채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한 해에 민간소비는 0.23%포인트 늘었지만 2년이 지난 뒤에는 소비는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이후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웃돌면서 부채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동력이 약해졌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가계부채비율 1%p 상승의 소비 영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계부채비율 1%p 상승의 소비 영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동산 등 특정 자산으로 가계 빚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충격을 흡수할 힘도 떨어지게 된다. 한은은 “금융 불균형이 누증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의 자금 쏠림은 경기 변동성을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소비에 도움될 정도의 가계 부채 비율을 넘어선 지 오래"라며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는 등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급증한 빚이 가계의 부담으로 돌아오며 금융 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융 불균형이 누적된다고 당장은 한국의 금융체계 전반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으로 주택가격 대비 담보 비율이 낮아지는 추세고, 국내 은행의 자본 적정성과 손실흡수 여력 등도 양호하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상형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현재로써는금융불균형 누증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다만 과거 국내외 사례 등으로 비춰볼 때 금융불균형 누증 등으로 내부 취약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외충격이 발생할 경우 경기와 금융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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