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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사 가족, 3월 탄원서 냈다는데…서욱 장관 "어제 알았다"

중앙일보 2021.06.10 18:15
서욱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공군에서 여성 부사관 이모 중사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뒤 석달여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군의 '늑장대응'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 중사의 가족이 낸 탄원서의 존재를 탄원서 제출 78일 만에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탄원서, 78일 지나 확인한 장관

 
10일 서 장관은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탄원서의 존재를 저는 어제(9일) 알았다"며 "어느 루트(경로)로 어떻게 접수됐는지 확인해 보라고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현안질의 과정에서 이 중사의 부친이 지난 3월 23일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중사의 부친은 탄원서에서 "딸의 정신적·신체적 피해가 언제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부모 입장에서 딸의 극단적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탄원서에는 가해자의 아버지가 피해자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는 내용도 있다"며 "매우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 장관은 탄원서의 내용은 전날 확인했지만, 공군본부 법무실로부터 어떤 조치를 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서 장관은 이 중사의 가족이 탄원서를 내고 78일이 지나서야 탄원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셈이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탄원서 내용만 보면 뭐하느냐"며 "왜 어떤 조치를 했는지 물어보지 않았느냐"고 서 장관을 질책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군 검찰에도 한 달 뒤에야 도착

 
탄원서가 제출된 뒤 군 검찰에 도착하는 과정에서도 한 달 가까운 시일이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박주민 의원은 해당 탄원서를 이 중사의 국선변호인이 계속 갖고 있었는지, 군 검사에게 전달했는데 무시했는지를 밝혀 달라고 했다.
 
이에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은 "날짜는 정확하지 않지만 국선변호사가 받아 가지고 있다가 4월 20일경 군 검찰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탄원서가 제출된 뒤 한 달이 거의 다 돼서야 군 검찰에 전달됐다는 설명이다. 탄원서 전달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전 실장은 "(수신처가) 군 검사 앞으로 돼 있다"며 "그러다 보니 국선 변호사가 군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이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 실장이 이같이 말하자 박 의원은 "내가 이유에 대해 여쭤봤느냐. 누굴 자꾸 비호하고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느냐. 본인이 군검사나 국선변호인 본인이냐"며 책상을 내려치며 호통을 쳤다.
 
김도읍 의원도 "법무실장님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軍, 이 중사 사건 지연·늑장대응

 
서 장관을 비롯해 이 중사 사건을 둘러싸고 군 조직 전반에 늑장대응이 만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탄원서의 존재를 전날 알게 된 서 장관은 지난 9일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이 중사가 사망한 당일(5월 22일) 사건을 SNS 상황공유방을 통해 '단순 사망'으로 인지했다고 밝혔다.
 
서 장관이 '단순 사망사건' 서면보고를 받은 때는 5월 24일이고, 성추행 피해자임을 최초로 인지하게 된 때는 5월 25일이다. 5월 22일 SNS 최초 상황 전파와 24일 조사본부의 정식 서면보고 내용에는 이 중사가 성추행 사건 피해자라는 내용은 없었다는 의미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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