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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쿠션도 없었다”지만, 찜찜한 청와대·법무부 연루 의혹

중앙일보 2021.06.10 17:57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청와대·법무부 관계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은 10일에도 “외압 정황은 없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제3자를 통한 간접 청탁, 이른바 ‘쓰리쿠션’ 청탁 의혹도 없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건을 확대해석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진상 조사 과정에서 이 전 차관의 사건을 서울 서초서가 내사 종결하기 전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측 인사, 청와대 관계자 등과 통화한 정황을 확인한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에 영향을 미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으니 관련 인물과 사실을 밝힐 수도 없고, 밝힐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차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법무부 관계자는 중앙일보 취재진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일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일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묘한 통화 시점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이 사건 내사종결(지난해 11월 16일) 전인 지난해 11월 8~9일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측 인사와 통화한 기록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 전 차관이 초대 공수처장으로 거론되던 시점이다. 이 전 차관은 이후 법무부의 추천 후보 명단에서 빠졌다(11월 9일). 청와대 관계자와의 통화 시점은 내사 종결(11월 16일)과 차관 임명(12월 2일) 시기에 걸쳐 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그 종결 처리 과정을 인지하고도 차관 임명을 강행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어떤 통화를 통해서든 수사에 영향을 미쳤던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건과 관련이 없는 만큼 이 전 차관의 통화 상대방이 정확히 누구인지 말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모습이 영상에 담겨 있다. 사진 SBS 캡쳐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모습이 영상에 담겨 있다. 사진 SBS 캡쳐

이용구 휴대전화 수신 45일 치 못 봤는데…

경찰은 이용구 차관의 폭행 사건을 법무부와 청와대가 인지했다 하더라도 수사에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진술 등을 종합했을 때 외압·청탁 행사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당사자들도 모두 외압·청탁 행사를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통화 당사자들 간에 은밀한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경찰이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도 있다고 본 통화 대상(이 전 차관과 경찰관 3명의 통화 내역 중)은 57명이었다. 법조계의 일각에서는 “경찰의 진상조사만으로 ‘봐주기 의혹’의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찰은 이 전 차관의 통화 내역 중 지난해 11월 17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45일 치의 수신 내용을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경찰관은 영장이 나왔는데, 이 전 차관은 그 부분의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기각 사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청와대나 법무부가 사건을 인지했느냐는 수사 개입의 단서가 될 수도 있다”며 “필요하다면 검찰에서 영장을 다시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추미애(왼쪽) 당시 법무부 장관과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이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월 추미애(왼쪽) 당시 법무부 장관과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이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안티 포렌식’ 앱 궁금증 남아

진상조사단의 조사에서 서초서 형사과장이 지난해 11월 자신의 업무용 PC에 포렌식을 방지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사실, 당시 형사팀장이 휴대전화에 ‘안티 포렌식’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던 사실 등도 의심의 여지를 남긴다. 진상조사단은 서초서 경찰관들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와 관련해 “(4명 모두) 일부 삭제 정황이 있었으나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청와대가 알았다는 의혹 보도에 대해 “언론 보도를 사실로 전제해 답변할 수 없음을 이해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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