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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앞두고...'약한 고리' 韓 압박 나선 中

중앙일보 2021.06.10 16:43
중국이 오는 11~13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 주도의 대중국 압박 전선에서 한국을 이탈시키기 위해 공세에 나섰다. "한쪽 편을 들지 말라", "중국의 입장을 더 배려하라"며 한국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는데, 이른바 '약한 고리'로 인식되는 한국을 집중 공략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이 "韓, 한쪽 편 들지 말라...美 인태전략 반대"
상대적 약한 고리 韓 공략하는 中
공동성명 등 대중 메시지 수위 관건

중국 측의 직접적인 압박은 9일 밤 한ㆍ중 외교장관 간 통화에서 드러났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정 장관에게 "공통된 인식 하에 한쪽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왕 위원은 또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냉전적 사고에 가득 차 집단대결을 부추기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완강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4월 3일 중국 푸젠성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4월 3일 중국 푸젠성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왕 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한국 외교부의 보도자료에는 없었다. 외교부는 같은 날 "(한ㆍ중 외교장관이)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정의용 장관은 미ㆍ중 간 협력이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고, 미ㆍ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한ㆍ중 간 보도자료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정 장관이 먼저 통화를 요청했으며, 양측이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며 "면박하거나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소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는 건 사실상 중국 측이 최근 미ㆍ중 간 긴장 국면에 대해 한국에게 하고 싶은 말을 터놓고 다 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도 10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을 향해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은 좋지 않다"며 "한국도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는 중국의 입장을 더 고려하고 배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작은 글로벌을 만들어서 포위하거나 중국을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 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 외교부가 9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정의용 외교부장관간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 외교부가 9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정의용 외교부장관간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이 다른 G7 참여국에 비해 한국을 유독 강하게 압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캐나다 등 기존의 G7 회원국 상당수는 앞서 중국 인권 문제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한국과 같은 초청국인 인도, 호주도 이미 미국 주도의 협의체인 쿼드(Quad)에 참여하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ㆍ중 정책연구소장은 "G7은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역량 있는 국가들로 이뤄졌다"며 "한국은 그동안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비교적 존중해준 편이었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이 적어도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설득해 자신들의 외교적 공간을 지키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G7을 앞두고 한ㆍ미 정상회담의 청구서가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동시에 날아오는 모양새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과 남중국해가 명시된 직후 "불장난하지 말라"며 강경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후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았는데, G7 회의 결과에 따라 앞선 사례까지 소급해서 항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미국은 한ㆍ미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근거로 대중 압박 전선에서 한국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세다.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8일(현지시간) 신미국안보센터(CNAS) 주최 온라인 행사에서 "인도태평양 관련 국가들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 일본, 호주와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예로 들었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단체사진

지난달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단체사진

관건은 G7 정상회의의 공동성명(Communique)과 사후 기자회견 등에서 대중 견제 메시지가 어느 정도 수위로 나올지다. 이번 G7의 중국 관련 주요 의제로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대한 대응 등이 논의될 수 있다. 
앞서 지난달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채택된 G7 외교ㆍ개발장관 공동성명에는 "중국이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신장 위구르족, 홍콩, 대만 문제 등이 명시됐는데,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도 중국을 직접 언급할지에 대해선 막바지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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