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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소리 없는 페라리' 나오나…새 CEO에 반도체 전문가 발탁

중앙일보 2021.06.10 16:34
페라리를 이끌 새 CEO로 반도체 전문가 베네데토 비냐가 발탁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페라리를 이끌 새 CEO로 반도체 전문가 베네데토 비냐가 발탁됐다. 로이터=연합뉴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슈퍼카 페라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반도체·전자 전문가가 발탁됐다. ‘비(非) 자동차 전문가’ 수장은 페라리 사상 처음이다. 주인공은 유럽 최대 반도체 제조사에 오래 몸담았던 베네데토 비냐(52)다. 파격적인 인사를 두고, 페라리도 내연기관 시대의 명품카에서 벗어나 전기·자율주행차에 주력하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전자업계 출신 베네데토 비냐 새 CEO에
100년 역사상 '비 자동차 전문가' 수장은 처음
"전기차·자율주행 대세에 따라가려는 포석"

 
9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새로 임명된 베네데토 비냐는 오는 9월부터 페라리를 이끌 예정이다. 지난해 말, 당시 CEO였던 루이 카밀레리가 퇴임한 뒤 6개월 만에 이뤄진 인사다. 당시 카밀레리가 물러난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그는 퇴임 전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2년 반동안 페라리를 이끌다가 지난해 말 돌연 사임한 루이 카밀레리 전 CEO. AFP=연합뉴스

2년 반동안 페라리를 이끌다가 지난해 말 돌연 사임한 루이 카밀레리 전 CEO. AFP=연합뉴스

 
외신들은 비냐가 자동차 회사나 명품 브랜드 업체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탈리아 피사대 물리학과를 나온 그는 ‘양자 쿼크(소립자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에 대한 논문을 쓴 물리학도다. 졸업한 뒤 1995년 스위스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반도체·전자부품 회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E)에 입사해 약 26년 동안 근무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수백개의 특허도 등록했다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 아이폰을 돌리면 화면이 회전되는 기능을 위한 센서를 개발하는 팀의 일원이었다”고 소개했다.
 
페라리가 이런 커리어를 보유한 비냐를 임명한 건, 최근 자동차 업계에 불고 있는 패러다임 변화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진과 굉음으로 유명한 고급 스포츠카에서 조용한 전기 자동차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 반도체 분야 개발은 필수라는 것이다. 모건 스탠리의 분석가들은 “페라리 이사회와 경영진이 회사가 직면한 위험을 인식하고 미래 전문성을 가진 자동차 회사로 바꾸겠단 의지를 표한 것”이라고 평했다.
 
명품카의 선두주자였던 페라리는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분야 개발에 소극적이었다는 평을 받는다. 로이터=연합뉴스

명품카의 선두주자였던 페라리는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분야 개발에 소극적이었다는 평을 받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페라리는 그동안 미래 자동차 분야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카밀레리 전 CEO는 “100% 전기차는 너무 급하게 새로운 변화를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50%의 전기차 생산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페라리의 명성에 걸맞은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너무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카밀레리의 퇴임 뒤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은 “2025년 첫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신사업을 이끌 적임자를 물색했다는 후문이다. 엘칸은 “산업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리더십 등을 바탕으로 비냐가 페라리의 퍼포먼스 스토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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