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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메기? 찻잔 속의 태풍?…카카오 손보 곧 출범한다

중앙일보 2021.06.10 16:09
카카오가 은행과 증권에 이어 손해보험업에 진출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손해보험이 보험업 영위를 예비 허가했다고 10일 밝혔다. 예비허가에 이어 본허가까지 받을 경우, KB금융이나 하나금융처럼 은행·증권·보험까지 금융의 축을 모두 갖추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9일 카카오손해보험에 예비허가를 내줬다. 본허가를 받을 경우 카카오는 은행, 증권에 이어 보험업에도 진출하게 된다. 카카오프렌즈

금융위원회는 9일 카카오손해보험에 예비허가를 내줬다. 본허가를 받을 경우 카카오는 은행, 증권에 이어 보험업에도 진출하게 된다. 카카오프렌즈

단기보험상품부터 출시…가입자 록인 전략

카카오손보는 모든 손해보험 상품을 출시할 수 있지만, 우선은 휴대폰파손 보험이나 여행자 보험 등 생활밀착형 단기보험상품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3월 증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도 1원부터 투자할 수 있는 소액펀드 상품 등 투자 문턱을 낮춘 상품을 주력 서비스로 내놨다. 
 
마진은 적더라도 일단 카카오페이의 투자 상품을 접하게 한 뒤 가입자를 록인(lock-inㆍ이용자 묶어두기)하는 전략이다. 
카카오페이 가입자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카카오페이 가입자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런 전략 덕에 카카오페이 증권의 계좌 개설자는 1년 만에 400만 명을 넘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 1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험은 생활에 필요하고 가볍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할 계획”이라며 “보험도 투자상품처럼 상품 가입, 청구 등이 복잡한 데 이런 허들을 낮춰 쉽게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증권 계좌 개설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카카오페이 증권 계좌 개설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도 유력하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삼성화재와 디지털 보험사 설립을 논의해오다 온라인 자동차 보험에 대한 이견으로 무산됐다. 자동차보험 시장의 디지털 판매 비중은 2016년 11.8%에서 지난해 25.2%까지 커지는 등 비대면 상품 가입이 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카카오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고객은 카카오를 통한 자동차보험 가입을 편하게 여길 수 있다”며 “카카오의 경우 대리나 택시 등 자동차 관련된 플랫폼이 구축돼 있어 유리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처럼 카카오 힘 업고 보험업의 메기로?

보험업계에서 주목하는 건 플랫폼의 힘이다. 이를 앞세워 카카오손보는 기존 카카오 플랫폼과 연계한 보험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연계한 택시ㆍ바이크ㆍ대리기사 보험, 카카오커머스와 연계한 반송 보험 등이 그 예다. 이 밖에 카카오 내에 있는 각종 상품이나 서비스와 연계한 패키지형 보험 상품 출시도 가능하다.  
  
폭넓은 이용자층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 4월 말 기준 카카오페이 가입자 수는 3600만명을 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캐롯손보처럼 인터넷 기반 보험사가 있긴 하지만 플랫폼 업체가 직접 보험사를 하는 건 상황이 다르다”며 “카카오뱅크 등 기존의 성공사례도 있는 데다, 고객층이 워낙 폭넓어 보험업계에서도 제대로 된 메기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지난 1월 경기 성남 판교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지난 1월 경기 성남 판교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노하우 필요한 보험업…"손해율 폭등 재앙 올 수도"

카카오손보가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카카오페이가 우선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기보험은 수익성이 낮은 데다 시장규모도 작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손보사들이 거둬들인 보험료를 살펴보면 장기보험(59%), 자동차보험(21.7%) 등의 순이다. 장기보험에 진출하지 않으면 이문을 남기기 쉽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의 경우 상품구조가 복잡한 데다, 암이나 질병 등 부정적인 보험사고를 다루다보니 비대면으로 상품 가입을 이끌어내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며 “요율 산정이나 상품개발 등의 노하우도 필요해 카카오페이가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간 상품을 유지 관리해야 하고, 내줘야 할 보험금을 일정 부분 쌓아둬야 하는 보험 상품의 특성이 카카오페이가 그동안 해온 투자상품 중개나 간편결제 등과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이홍재 연구원은 “보험 계약에는 언더라이팅(보험 인수 심사) 과정이 포함되는 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신규 진입하는 업체는 필연적으로 언더라이팅 완화 과정을 겪지만 결국 수년 뒤 손해율 폭등이라는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손보가 출범한다고 해도 삼성과 현대해상, KB 등의 손보사들이 당장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단기보험상품 등에서의 정착 여부 등을 보며 보험사들도 대응 방향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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