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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레드불' 장사로 억만장자 된 사나이

중앙일보 2021.06.10 13:00
중국 식품업계에는 ‘짝퉁 OO’으로 불리는 제품들이 많다. 그 중에는 ‘짝퉁 레드불’로 통하는 둥펑(东鹏)도 있다. 저가 전략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꾸준한 매출 상승을 기록한 둥펑은 최근 상하이 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중국 기능성 음료 업체 가운데 최초다.
 

중국 음료 기업 '둥펑', 상하이 거래소 입성
저가 전략, 스타 마케팅으로 매출 지속 상승

둥펑음료(종목코드: 605499.SH)는 상장 당일 주가가 44% 치솟으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둥펑 린무친(林木勤)회장의 몸값은 140억 위안(약 2조 4300억 원)을 돌파했고, 광둥 *차오산(潮汕) 최고 부자가 됐다.
 
*차오산: 중국 광둥성의 산터우(汕头)시, 차오저우(潮州)시, 제양(揭阳)시를 통칭하는 말. 이 지역 출신 상인 집단인 ‘차오산 상방(商帮)’으로 유명하다.
[사진 바이자하오]

[사진 바이자하오]

 
둥펑음료(东鹏饮料)는 지난 1997년 탄생했다. 당시 둥펑은 선전(深圳) 라오쯔하오(老字号 오래된 중국 브랜드) 국영기업을 개조해 만든 것이었다. 처음에는 두유와 청량 음료를 주로 생산했다. 2000년대 전후로 시대 흐름에 뒤처져 파산의 위기에 놓였다. 한 때 직원 월급을 챙겨주지 못할 정도였다.  
 
2003년 9월, 둥펑음료는 사유화를 통해 변신을 꾀한다. 회사의 위기에 직원들은 하나 둘씩 떠나갔지만 린무친은 갖은 자금을 끌어모아 적자투성인 회사를 인수했다. 그렇게 ‘둥펑의 아버지’가 됐다. 이후 린무친은 매 공정을 철저하게 관리했고, 비용 절감을 토대로 이윤을 늘려나갔다.
린무친 [사진 텅쉰왕]

린무친 [사진 텅쉰왕]

 
하지만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환이 필요했다. 그때 린무친은 레드불, 마이둥(脉动)의 인기를 보고 기능성 음료로 눈길을 돌렸다. 당초 린무친의 목표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광둥(广东) 시장에 집중했다. 광고 모델도 광둥 지역 사람들에게 익숙한 배우로 선정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자 광둥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다.
 
2013년, 린무친은 이제 눈을 중국 전역으로 돌린다. 유명 배우 셰팅펑(谢霆锋사정봉)을 모델로 내세웠다. 후발주자였던 레드불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저렴하게 설정했다. 레드불과 같은 가격에 양을 두배로 늘려 판매하는 식이었다. 레드불이 사용했던 익숙한 광고문구를 본따 사용하기도 했다.
둥펑 광고(좌)와 레드불 광고(우) [사진 신랑차이징]

둥펑 광고(좌)와 레드불 광고(우) [사진 신랑차이징]

 
아이러니하게도 광고는 성공적이었고, 대중들에게 둥펑이라는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그후 린무친은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음료를 노출시켰고,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시장 점유율도 점차 상승했다.
 
그러던 2017년, 태국의 TC제약그룹이 화교 기업 화빈그룹(华彬集团)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화빈그룹이 2016년 10월 만료된 중국 레드불 음료 상표권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중국 레드불'이 상표권 분쟁으로 혼란에 빠진 이 시기가 '짝퉁 레드불' 둥펑에게는 되레 기회가 됐다.
레드불(좌)와 둥펑(우) [사진 신랑차이징, 허쉰]

레드불(좌)와 둥펑(우) [사진 신랑차이징, 허쉰]

 
최근 몇 년간 둥펑의 실적은 꾸준히 늘었다. 2018년-2020년 매출은 각각 30억 3800만 위안, 42억 900만 위안, 49억 5900만 위안으로 지속 증가했다. 모회사 귀속 순이익도 2억 1600만 위안, 5억 7100만 위안, 8억 1200만 위안으로 점차 늘었다.
[사진 터우쯔제]

[사진 터우쯔제]

 
지난 5월 27일, 둥펑음료는 상하이 거래소에 입성했다. 그렇게 중국 최초의 기능성 음료 주식이 됐다. 상장 당일 발행가 46.27위안으로 시작한 둥펑음료는 개장 후 금세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로도 주가는 지속 상승해 2배 넘게 올랐다. 6월 7일 기준, 둥펑음료의 주가는 129위안, 시가총액은 510억 위안(약 8조 8700억 원)을 기록했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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