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반도체동맹 전략, 한국 74차례 거론했다

중앙일보 2021.06.10 00:03 종합 1면 지면보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자동차용 배터리, 희토류, 제약 등 4개 핵심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청사진을 담은 전략 보고서를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중국 겨냥 공급망 구축 보고서 발표
반도체·배터리·광물·제약 4개 분야
삼성·LG·SK 이름 콕 찍어 거론

250쪽 보고서 중국 400번 언급
상원, 중국 견제 혁신경쟁법 가결
첨단산업·제조업에 280조 투입
중국, 기업 제재 시 보복법 맞짱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한국·일본·독일 등 기술력 있는 국가와 ‘경제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도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맞불을 놓기 위한 법안을 10일 통과시킬 예정이어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백악관이 작성한 250쪽 분량의 보고서 제목은 ‘공급망 회복력 구축, 미국 제조업 활성화, 광범위한 성장 촉진’이다. 보고서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이 안전과 지속 가능성, 탄력성 대신 효율과 저비용을 우선시하면서 미국 내 제조 역량과 일자리가 줄어들고 공급망 리스크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제조 역량이 해외로 옮겨가면서 연구개발(R&D)과 산업 공급망도 따라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 결과 “미국이 4개 분야 부품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식 동맹 스크럼 … 중국 겨냥 ‘무역 기동타격대’ 꾸린다
 
구체적으로 세계 경제가 첨단 반도체 생산의 92%를 대만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은 첨단 배터리 셀 제조 역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반도체와 자동차용 배터리의 미국 내 제조와 R&D에 정부가 앞장서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발표한 ‘미국 일자리 계획’에 자국 내 반도체 제조 및 R&D 지원에 500억 달러를 배정해 놓은 상태다.
 
미 상원 ‘중국견제법’ 압도적 가결

미 상원 ‘중국견제법’ 압도적 가결

관련기사

백악관은 이 재정 ‘마중물’을 기반으로 국내외 기업의 투자와 협력을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주요 한국 기업들도 핵심 파트너로 지목됐다. 이날 보고서 본문에만 삼성은 28차례, SK는 11차례, LG는 세 차례 각각 언급됐다. 국가별로는 한국 74회, 대만 84회, 일본 85회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 이름이 등장한다. 미국의 견제 상대인 중국은 400번 넘게 나온다.
 
백악관은 “미국 홀로 공급망 취약성을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미국에서의 제조 확대뿐 아니라 동맹 및 동반자 국가와 협력하고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일본·호주·인도가 포함된 ‘쿼드’ 국가나 주요 7개국(G7) 국가를 언급하며 외교적 관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자동차용 배터리 부문에서는 미국 내 공급망 개발을 위한 10년짜리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신규 기업의 진출을 돕기 위해 170억 달러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달 말 부문별 대표가 참석하는 ‘배터리 라운드테이블’도 열 예정이다. 백악관 보고서는 글로벌 자동차용 배터리 업계 현황을 설명하면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부 지원금에서 미국 기업과 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백악관은 또 필수 품목 공급망을 침해하는 불공정 무역 행위를 벌주기 위해 미 무역대표부(USTR)가 주도하는 ‘무역 기동타격대’를 꾸리기로 했다. 공급망에 타격을 주는 행위에 즉각 대응하겠다는 것인데, 주로 중국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이들 4개 분야의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을 100일간 검토한 뒤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미국 상원은 이날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한 미국혁신경쟁법을 68대 32로 가결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나눠 가진 상원은 정쟁으로 입법 마비 사태를 빚고 있는데, 중국 견제에는 초당파적인 공감대가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이 법은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첨단 산업과 제조업 등에 약 2500억 달러(약 280조원)를 투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우선 국립과학재단 강화 등 기술 개발과 연구에 약 19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반도체 산업에 특정해 520억 달러, 5세대 이동통신과 오픈 랜 등에 20억 달러를 지원한다.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이미 하원에서 처리를 마치고 대기 중인 별도의 관련 법과 병합돼 별도 표결 절차를 밟는다. 이어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정식 발효된다.
 
중국도 대응에 나섰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10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29차 회의에서 반외국제재법 초안을 심의한다. 화웨이·ZTE 등 중국 기업이 외국 정부로부터 부당한 제재를 받을 경우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이들을 지원하고 상응하는 보복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상무위는 두 차례 심의한 뒤 10일 이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워싱턴·베이징=박현영·박성훈 특파원
석경민 기자 hypar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