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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인플레도 수출?…中 PPI 9% 상승, 13년래 최고

중앙일보 2021.06.09 17:32
지난 3월 중국 안후이성 화이베이시의 한 공장에서 여성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3월 중국 안후이성 화이베이시의 한 공장에서 여성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이 중국에 상륙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물가 급등이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 도미노로 번져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5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9.0% 올랐다. 세계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9월(9.1%)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8.5%)보다도 높다.
 
둥리쥐안(董莉娟) 중국 국가통계국 고급통계사는 “5월 들어 국제 원유와 철광석, 유색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중국 국내 수요가 회복하며 공산품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발표한 중국의 5월 수입액(2183억 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1.1% 늘며 2011년 1월 이후 10년 만에 최대상승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구리·철광석 등의 가격이 뛰면서 수입 금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13년만에 최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13년만에 최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공장 물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까지 수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 통신은 ”치솟는 원자재 가격을 견디지 못하는 중국의 공장들이 늘어난 비용을 해외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상품 수출 총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7%에 이른다. 때문에 중국발 가격 상승은 전 세계 물가를 들썩이게 할 수 있다.   
 
급등한 PPI 숫자에 중국 정부도 긴장모드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 중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어서다. 석유와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자재 가격 급등이 제조기업에 큰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원유 해외 의존도는 70%에 달한다. 
 
중국 난화선물의 구솽페이(顧雙飛)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의 간격이 벌어진 상태가 이어지면 제조업체의 수익이 크게 줄어든다”며 “치솟는 생산자 물가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국 정부는 원자재 가격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4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원자재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이날 “중요 민생 상품의 가격 이상 움직임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개위는 지난달엔 철광석과 구리, 알루미늄 등 중국 내 원자재업체 대표를 불러 원자재 시장의 투기나 사재기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미봉책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구사하는 상황에서 시중에 유동성이 흘러넘치고 있어서다. 여기에 늘어나는 수요에 글로벌 공급망 문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에 원자재값 상승을 막기 쉽지 않아서다. 
 
골드만삭스는 “원유와 구리를 포함한 핵심 원자재 시장에서 그동안 중국이 가지고 있었던 영향력을 잃어버렸다”며 “PPI 증가율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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