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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투기 조사' 외통수? 거부하는 감사원에 의뢰 맡긴 속내

중앙일보 2021.06.09 16:40
국민의힘 추경호(가운데) 원내수석부대표, 강민국(오른쪽)·전주혜 원내대변인이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기 위해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추경호(가운데) 원내수석부대표, 강민국(오른쪽)·전주혜 원내대변인이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기 위해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이 9일 감사원에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의원 102명과 그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이 대상이며, 부동산 취득 경위 및 비밀누설 또는 미공개정보 활용 등 직권남용 여부가 조사 범위다.
 
국민의힘이 전날 조사 의뢰 방침을 밝혔을 때부터 감사원은 “감사원법 2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삼권분립의 원리에 따라 불가능한 직무감찰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가장 중립적이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하는 것”이라며 “자체 법률 검토 결과 감사원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고 밝혔다. “실제 의뢰를 하면 감사원이 공식 검토에 들어갈 것이고, 설사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이 나와도 검토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감사원에 의뢰를 먼저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 감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여당만 합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직무감찰 아닌 조사 의뢰”

 
당장 더불어민주당에선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감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의심될 수 있다”며 “불가능한 걸 말하지 말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요청하라”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불가능한) 사실을 모르면 정말 무능한 것이고 만약 알고도 그런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의당에서도 “국민에 대한 조롱”(권은희 의원)이란 비판이 나왔다.

 

민주 “불가능 알고 그런다면 국민 기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러한 비판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외통수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청와대와 민주당 등 여권을 향해 “부동산 투기 내로남불”이라는 공격을 해왔다. 4·7 재·보궐선거을 앞두고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을 고리로 민심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데도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그런 상황에서 전날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소속 의원 12명 전원에 대해 ‘탈당 권유(비례대표는 출당)’ 조치를 내렸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강수였다. 국민의힘이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뒤바뀐 셈이다. 게다가 정의당·열린민주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등 나머지 5개 원내 정당도 이날 권익위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국민의힘이 고립된 것이다.

 

민주당 강수 조치로 국민의힘 공격→수비 전환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오후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감사원 조사 의뢰가 맞는지에 대한 내부 회의를 했다. 일부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어서 여론이 안 좋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권익위에 의뢰하는 게 맞다”(조경태 의원)는 공개 반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감사원에 가져가는 걸로 의견이 정리가 됐다. 권익위는 민주당 재선 의원 출신의 전현희 위원장이 이끌고 있고, 그렇다고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맡기자니 더 큰 문제로 비화할 수 있어서 그나마 야권이 우호적으로 여기는 최재형 원장이 이끄는 감사원이 낫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틀 뒤인 11일 전당대회가 열리는 만큼 새 지도부가 대응책을 마련하는 방식도 있었지만 이 또한 채택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무래도 ‘0선’ 대표(이준석 후보)가 뽑힐 가능성이 큰데, 쇄신을 강조하는 새 지도부에 결정권을 넘기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청와대사진기자단]

 

야권에선 “윤석열 총공세 앞두고 내부 정비용” 관측도

 
민주당의 탈당 조치가 대선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기 때문에 섣불리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온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12명 의원 중에 친문재인계 핵심은 없지 않냐”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노린 조치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땅 매입 과정에서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에 대한 3차 공판이 전날 열리기도 했는데, 민주당이 윤 전 총장의 처가 의혹에 대한 파상 공세를 벌이기 위해 미리 내부 정비부터 했다는 관측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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