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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할배' 요리왕 만들기 나선 의성군 "요리가 즐겁다"

중앙일보 2021.06.09 16:23
경북 의성군에서 독거할배 요리교실이 열렸다. 할아버지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 의성군]

경북 의성군에서 독거할배 요리교실이 열렸다. 할아버지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 의성군]

시골 마을에 가면 홀몸 어르신이 많다. 혼자 살다 보니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컵라면 같은 간편식을 먹거나, 김치 같은 밑반찬 한 두개만 놓고 식사하곤 한다. 특히 음식을 스스로 해본 경험이 없는 할아버지 밥상은 더 초라하다. 이런 할아버지들을 위해 경북의 한 지자체가 '독거할배 요리왕 만들기'에 나섰다. 할배는 할아버지의 경상도 사투리다.  
경북 의성군에서 독거할배 요리교실이 열렸다. 할아버지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 의성군]

경북 의성군에서 독거할배 요리교실이 열렸다. 할아버지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 의성군]

경북 의성군은 9일 "'독거할배' 스스로 요리해서 식사를 챙길 수 있도록 '보글보글 독거할배 요리교실'을 열고 있다"고 밝혔다. 

8일 첫 독거할배 요리교실 열려
찰밥과 김장아찌 레시피 전수해

 
앞서 지난 8일 의성군 사곡면에서 첫 독거할배 요리 교실이 열렸다. 사곡면에 사는 75세에서 92세까지 독거할배 14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독거할배들은 난생 처음 빨간색 앞치마를 둘렀다.  
경북 의성군에서 독거할배 요리교실이 열렸다. 할아버지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 의성군]

경북 의성군에서 독거할배 요리교실이 열렸다. 할아버지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 의성군]

40대 요리 강사가 4명씩 팀을 만든 다음 요리 수업을 시작했다. 이날 요리 교실에서 할배들이 배운 건 모두 3가지 음식이다. 밥 짓기와 연잎 찰밥, 김 장아찌 만들기다. 
 
독거할배들은 쌀을 솥에 앉히고, 연잎 같은 요리 재료를 가위로 잘라 준비했다. 눈이 나빠 도마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숟가락으로 김 장아찌 맛을 봐가면서 요리를 완성해가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20년전에 아내와 사별한 황진호(83) 할아버지는 "젊은 사람과 달리 우리 때는 남자가 직접 밥을 할 기회가 없었다. 남자를 위한 요리 교실에 참가해보니 무언가를 만드는게 재미있고, 나중에 혼자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기회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4년 전 아내와 사별한 김규팔(92) 할아버지는 “아내가 떠나고 혼자 지내다보니 평소 요리를 하긴 하지만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요리를 배우니 색다른 것도 해먹을 수 있게 되어 좋고, 무엇보다 이렇게 모여서 함께 배우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군에서 독거할배 요리교실이 열렸다. 할아버지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 의성군]

경북 의성군에서 독거할배 요리교실이 열렸다. 할아버지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 의성군]

 
사곡면은 의성군이 ‘독거사(고독사) 제로 행복마실 만들기’ 대상 지역이다. 전체 주민 1568명 중 65세 노인이 285명. 이 중 80세 이상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26명이다. 
 
의성군은 오는 11일 사곡면 독거할배 14명을 대상으로 두 번째 요리 교실을 연다. 이날 표고 영양밥과 오이소박이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 예정이다. 
지난 2월 경북 의성군에 시범 보급된 자두 로봇. [사진 경북 의성군]

지난 2월 경북 의성군에 시범 보급된 자두 로봇. [사진 경북 의성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독거노인 챙기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 중이다. AI 로봇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월 의성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외출을 못 해 '집콕' 생활 중인 시골 어르신을 위한 반려 로봇을 시범 보급했다. 
 
가로 40㎝ 정도 크기의 AI 반려 로봇의 이름은 '자두'. 어르신이 봉제 인형 모양의 자두 손을 꾹 누르고 말을 하면 자두가 반응한다.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된 자두는 120여만건의 회화(감성 대화) 전개가 가능하다. 
 
그래서 어르신이 원하면 트로트 노래를 부르거나 틀어주고 뉴스도 읽어준다. 농담을 주고받고, 날씨도 실제 어르신 손녀가 앞에서 말을 하는 것처럼 친절하게 알려준다. "내가 좀 아프다"고 어르신이 말을 하면, 사전에 등록된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숨은 기능도 있다. 알람 설정이 가능해 어르신 약 복용시간도 자두는 놓치지 않는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돌봄 기술도 있다. 강원 원주 밥상공동체 종합사회복지관은 올 3월부터 AI로봇 '보듬이'를 독거노인 가정에 순차적으로 보급 중이다. 보듬이는 환경 데이터 수집 센서 기기다. 
 
독거노인 가정에서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온도·습도·조도·이산화탄소 발생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주의와 경보·위험 등의 메시지를 복지관 측에 전송한다. 8시간 이상 생활반응이 없으면 주의, 12시간 이상은 경보, 24시간 이상은 위험 알림이 뜬다.  
 
의성=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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