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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 故 이선호씨' 49재…"절대 아빠 용서하지 마라" 부친의 눈물

중앙일보 2021.06.09 16:11
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 이선호 청년노동자 49재에서 이선호씨 아버지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권혜림

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 이선호 청년노동자 49재에서 이선호씨 아버지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권혜림

“절대 아빠 용서하지 마라. 어쩌다 부모가 자식 영정 앞에 절을 하게 됐는지…”
 
청년노동자 고(故) 이선호(23)씨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아들의 영정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재로 변한 아들의 위패를 바라보며 “미안하다. 잘 가라”라는 말만 되뇌며 흐느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 주도로 이선호씨의 49재가 열린 9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는 염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노위원장 지몽스님은 "이 자리가 더욱 애통한 것은 사후 49일이 지나고 있지만 사고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 재발방지대책 그 어느 하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고인의 시신이 차가운 병원에 안치돼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후 정부의 특별근로감독과 경찰ㆍ검찰의 조사로 속속들이 그 위법행위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책임자 처벌과 더불어 근본적인 사고대책방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혼을 떠나보내고 육신을 보내지 못하는 이 아비의 찢어지는 가슴을 하늘은 알아주실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우리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잘못된 중대재해처벌법안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초석이 된다면 저는 이 땅 노동계에 제 아이를 기꺼이 바쳤다는 자부심으로 저 자신을 위안하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이선호씨의 49재에는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여영국 정의당 대표, 심상정 의원 등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정부의 책임을 묻는 의미에서 이선호씨의 위패와 영정을 들고 정부종합청사 주변을 돌았다. 이선호씨의 친구 3명도 함께했다. 고등학교 친구 배모씨는 “선호의 죽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강화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친구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 같다. 선호의 마음도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故) 이선호 군 49재가 거행되고 있다. 고 이선호씨는 지난 4월22일 평택항에서 작업 중 300㎏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경찰은 이 사고와 관련해 과실 책임이 있는 업체 관계자 5명을 지난 4일 입건했다. 뉴스1

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故) 이선호 군 49재가 거행되고 있다. 고 이선호씨는 지난 4월22일 평택항에서 작업 중 300㎏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경찰은 이 사고와 관련해 과실 책임이 있는 업체 관계자 5명을 지난 4일 입건했다. 뉴스1

“불법파견? 100%라고 생각”

지난 7일 고용노동부는 이선호씨의 고용형태가 불법파견이었을 가능성을 두고 조사할 것이라 밝혔다. 하도급 등의 계약 관계에서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게 작업 지시를 할 경우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다. 노동부는 사고 발생 원인으로 ▶사고 컨테이너에서 고정핀 장착 등 벽체 전도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점 ▶중량물 취급 작업을 여러 명이 할 때 사고 예방을 위해 적절한 신호나 안내를 해야 함에도 하지 않은 점 ▶지게차 활용이 부적절한 점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이씨는 "회사 측에서 변명하려 해도 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사측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사고 관련 책임이 있는 업체 관계자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노동자 사망사고 등이 발생하면 경찰과 노동부가 ‘투 트랙’으로 수사하는데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한편 이씨는 지난 4월 22일 오후 평택항 내 ‘FR(Flat Rack) 컨테이너’에서 화물 고정용 나무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지게차가 갑자기 왼쪽 벽체를 접은 탓에 발생한 충격으로 오른쪽 벽체가 넘어지면서 그 밑에 깔려 숨졌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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