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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힘 못써"…5차 유행 경고에도 기어이 관객 받겠단 日

중앙일보 2021.06.09 12:09
도쿄올림픽 개최를 44일 앞두고 일본 정부가 '관객 있는 올림픽'을 치르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오는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의 지지를 받아 올림픽 반대 여론을 잠재운 후, 본격적으로 축제 분위기를 만들겠단 계획이다. 
 

日 정부 '관객있는 올림픽' 전제로 논의 중
G7에서 지지 얻은 후 분위기 전환 노려
"해외 취재진은 GPS 감시" 모순된 방침

6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감염 올림픽에 반대한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6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감염 올림픽에 반대한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9일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 내에서는 올림픽 기간 중 국내 관객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총리관저의 한 간부는 "관객이 한 명도 없으면 선수들은 힘을 못낸다. 무관중 경기는 없을 것"이라고 아사히에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도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프로야구 등도 감염방지 조치를 한 후 관객을 받고 있다"면서 '유관중 올림픽'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한 달 전 "무관중 경기도 고려한다"는 정부 입장에서 돌변한 것이다. 고령자 백신 접종에 이어 오는 21일부터는 대기업과 대학 등을 통한 일반인 대상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일본 정부가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7만여명에 이르는 올림픽 자원봉사자에 대한 백신 접종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은 다음 주 G7 정상회의 후 발표될 공동성명에 '도쿄올림픽 개최 지지' 내용을 명기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도 펼치고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G7의 지지에 힘입어 개최를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분위기 전환을 노리는 것이다. 
8일 올림픽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 [AP=연합뉴스]

8일 올림픽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 [AP=연합뉴스]

 
'올림픽 개최-중의원 선거 승리-총리직 연임'이라는 스가 총리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관객이 환호하는 성공적인 올림픽'의 이미지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림픽 기간 중 관중들이 이동하고 시민들도 경계심을 잃고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경우, 올림픽 후 코로나19 '제5차 유행'이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정부 코로나19 대책분과회의 오미 시게루(尾身茂) 회장도 최근 연이어 "올림픽을 치른다면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올림픽은 프로야구나 J리그와는 차원이 다른 행사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내 올림픽 관계자도 아사히에 "올림픽은 개막으로 끝이 아니다. 패럴림픽까지 포함하면 9월 초까지 이 분위기는 계속된다"면서 기간 중 위험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축제 분위기를 만들려는 움직임과는 반대로 올림픽 기간 중 일본을 찾은 해외 취재진에 대해서는 휴대폰 위치정보시스템(GPS) 등을 활용해 동선을 엄격하게 통제할 계획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회장은 8일 이사회에서 올림픽 취재를 위해 방일하는 외국 취재진은 올림픽 기간 조직위가 감독할 수 있는 지정 호텔만 이용할 수 있고, 입국 후 14일간 지정된 장소 외에는 이동이 불허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의 GPS 기능을 활용해 기자들이 동선을 벗어나는지 감시하고 어길 경우에는 취재 자격을 박탈하겠단 계획이다.
 
일본은 그동안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라는 반발이 나올 것을 우려해 해외에서 입국한 자국민이나 격리 중인 밀접접촉자 등에 대해 GPS를 이용한 동선 감시를 하지 않았다. 외국 취재진에 대해서만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침해' '차별'이란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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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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