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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테라스에 숲…고가 분양된 이 아파트 유령집 된 까닭

중앙일보 2021.06.09 07:00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95)

 
외국의 어느 도시엔 숲 아파트가 있다고 한다. 고층 아파트 테라스에 숲을 만들어 거대한 숲이 도시 한복판에 우뚝 솟아있는데, 처음엔 비싼 값으로 모두 분양되었지만 지금은 1%도 살지 않는다고 한다.
 
꽃 따라 올라온 벌도 있지만 첫째 이유는 모기 때문이다. 모기같이 지독하고 미운 놈이 있을까? 모기의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벌써 나타나 기웃거린다. 짧은 생을 살다 갈 미물도 자신의 삶을 위해 열심히 사는 거니 ‘대략난감’이다.
 
'집콕' 해야하는 요즘 같을 때 단독주택은 답답하지 않아 살기 좋지만 여름이 되면 온갖 해충들이 찾아오는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그중 모기는 가장 작으면서도 위협적이다. [사진 pixnio]

'집콕' 해야하는 요즘 같을 때 단독주택은 답답하지 않아 살기 좋지만 여름이 되면 온갖 해충들이 찾아오는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그중 모기는 가장 작으면서도 위협적이다. [사진 pixnio]

 
요즘같이 집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독주택은 참 좋은 환경이다. 쉬고 싶을 때, 또는 멍하니 서성일 때도 흙을 밟고 어슬렁어슬렁 다니면 마음이 답답하지 않다. 작은 텃밭까지 만들어 가꾸다 보면 건강과 시간 활용에도 그만이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나는 아파트에 살고 싶다.
 
어제는 손님이 왔는데 앵앵거리며 날아다니는 작은 모기 한 마리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겨울 빼고는 해충과의 전쟁이다. 오늘 아침엔 현관문을 나서니 입구에 있는 큰 화분에 뱀이 똬리를 틀고 앉아 햇살바라기를 하는 모습에 기겁했다. 요즘같이 비가 잦은 시기엔 더욱더 뱀의 출몰이 심하다. 여름이 와도 현관문을 열어 놓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해거름엔 온갖 해충이 주사바늘 같은 주둥이에 독을 품고 인간으로부터 다가올 재난에 대비한다. 깔따구라는 해충은 슬쩍 스치기만 해도 쏘고 도망간다. 조그만 것에 당하고 나면 허공에 삿대질하고 싶을 만큼 부아가 난다. 약한 피부를 가진 사람은 따발총에 쏘인 듯 물린 부위가 순식간에 부어오른다. 게다가 모기는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 어마어마한 큰 병을 옮긴다. 남편은 유별나게 모기에 잘 물리는 나를 보며 전생에 나쁜 짓을 많이 해서 그렇다고 늘 놀렸다. 가장 작으면서도 위협적이다. 오죽하면 예방주사까지 나왔겠는가?
 
우리보다 더 나이 든 어른은 저마다의 모기 퇴치법을 만들어 사용한다. 해가 지면 쑥을 태우기도 하고 후추를 물에 섞어 바르던가, 어성초를 독한 술에 절여 그 엑기스를 뿌리기도 한다. 요즘은 간단하게 물파스로 해결한다.
 
놀러온 손주가 벌에 쏘여 급하게 파스를 발라줬다가 딸에게 한소리 들었다. 별일도 아닌 일에 내 편이 있는 사람이 부러워진다. [사진 pixabay]

놀러온 손주가 벌에 쏘여 급하게 파스를 발라줬다가 딸에게 한소리 들었다. 별일도 아닌 일에 내 편이 있는 사람이 부러워진다. [사진 pixabay]

 
오늘도 우스개 썰을 풀어본다. 며칠 전 딸 부대가 왔다. 시판되는 모기약을 에둘러 치고 실내는 해충의 접근에 만전을 기했다. 그러나 마당에서 흙장난 삼매경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해거름이 되니 해충에 여기저기 물렸다. 안 그래도 가려운데 까불대던 셋째 녀석 손등을 벌이 쏘고 달아났다. 놀란 아이는 발버둥 치며 울어댔다. 손등에 박힌 침을 빼고 파스를 발라주니 아이는 죽을 것 같이 더 난리다. 그 바람에 딸은 허둥지둥하며, 나와 제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다.
 
“엄마~안 그래도 살갗이 여리고 아픈데 파스를 바르면 어떡해.”
“여보옷~어느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지 빨리 네이버에 알아봐요.”
“어어. 알았어.”
 
나는 파스를 바르다 말고 부부가 합창하는 위압감에 주눅이 들어 한걸음 물러났다. 아이가 울고 있는 와중에 빠르게 네이버 검색을 하던 사위가 흥분한 아내 옆으로 가 몰래 폰을 보여주며 속닥거린다.
 
“여보~해충이나 벌에 쏘였을 땐 파스를 바르라는데….”
 
둘이 있을 땐 늘 적군이었지만 이럴 땐 내 편이 되어 큰소리쳤을 남편이 문득 생각났다.
 
“박사급 내 마누라를 무시하다니. 당장 보따리 싸서 느들 집으로 갓.”
 
네이버보다 서열이 낮아져 섭섭하긴 해도 든든했던 남편의 한마디가 어렴풋이 생각나 ‘풋~’ 하고 웃음이 나온다. 별일도 아닌 일에 내 편이 있는 사람이 부러워진다. 그는 잠시 모기가 되어 내 마음을 아프게 쏘고 달아났다. 마음이 쏘였을 땐 파스가 아니고 술이 답이란다. 하하.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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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옥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필진

[송미옥의 살다보면] 요양보호사 일을 하다 평범한 할머니로 지낸다. 지식은 책이나 그것을 갖춘 이에게서 배우는 것이지만, 인생살이 지혜를 배우는 건 누구든 상관없다는 지론을 편다. 경험에서 터득한 인생을 함께 나누고자 가슴 가득한 사랑·한·기쁨·즐거움·슬픔의 감정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쓴다. 과거는 억만금을 줘도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는 말처럼 이웃과 함께 남은 인생을 멋지게 꾸며 살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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