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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멸종위기종 Ⅰ급 붉은점모시나비, 접었던 병풍 펴듯 390분 날개 펴기

중앙일보 2021.06.09 06:00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멸종위기종 Ⅰ급인 붉은점모시나비 우화를 지켜봤습니다.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총 6시간 30분 동안입니다.
 
손톱만 했던 날개를 펴고
햇볕과 바람에 날개를 말려,
첫 날갯짓으로 하늘에 오르기까지가 
자그마치 6시간 30분이었습니다.
 
자연에서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이 친구들의 탈바꿈,
그들의 우화를 동영상과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처음엔 이랬습니다.
날개가 손톱보다 작았습니다.
날개를 펼칠 자리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만으로는 나비라 짐작조차 못 할 정도였습니다.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암컷 한 마리가 제법 튼튼한 나뭇가지 끝에 올랐습니다.
발로 나무를 단단히 부여잡았습니다.
오래지 않아 작은 날개가 꼬물꼬물 펴지기 시작했습니다.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아주 천천히,
너무도 조금씩,
그렇게 느릿느릿 
날개가 날개다워집니다.
 
어떻게 날개가 이리 펼쳐질까요?
이강운 박사의 설명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얘네가 애벌레 시절 지난 후   
번데기로 들어가잖아요.
조그만 그 번데기 안에서
자기 몸을 병풍 접듯 접어놓은 거예요.
그러니까 맨 처음 번데기에서 나오면
전부 다 최소화되어있고 응축된 상태인 겁니다.
우리가 바람 빠진 튜브에 공기를 넣어서 쭉쭉 피듯
그렇게 날개를 펴는 겁니다.”
 
붉은점모시나비 수컷

붉은점모시나비 수컷

붉은점모시나비 수컷

붉은점모시나비 수컷

 
이들이 날개를 펴고,
말리고,
날갯짓할 만큼 날개를 경화시키는 데 보통 서너 시간 걸립니다.
사실 어른이 되는 이 시간이 그들에겐 가장 위험한  시간입니다.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먹는다'고 하잖아요.
실제로 아침에 일찍 다니는 새들은
이렇게 막 탈바꿈하는 애들을 쉽게 잡아먹을 수 있죠.
지금도 저기 새들이 날아와 호시탐탐 노리고 있잖아요.
사실 얘들이 새벽이나 아침 일찍 우화를 하는 게 
천적을 피하기 위한 방편입니다만,
실제로 껍질을 벗거나, 
탈바꿈하는 지금이 가장 위험한 때예요."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동영상으로 담은 이 친구는 
첫 날갯짓으로 나를 때까지 유독 느렸습니다.
보통 서너 시간 걸리지만,
이날은 낮은 기온 탓에 6시간 30분이나 걸린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른 나비가 된 이 친구는 얼마나 살까요?
이 박사의 설명에 말문이 막힙니다.
 
"제가 논문 쓴 거는 3.59일에서 최대로 오래 사는 게 11일입니다.
마크 릴리즈 리캡쳐(Mark release recapture)라는 

표식 후 방사 재포획 방법을 써서 계산한 겁니다.
 
평균 수명은 4일 정도입니다.
그 안에 짝을 만나고,
알을 낳고 죽는 거죠. "
  
 
붉은점모시나비 수컷

붉은점모시나비 수컷

 
고작 나흘이라니 참으로 짠합니다.
그런데 이 박사는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만
곤충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사람 일생으로 봤을 때,
엄마 뱃속에서부터 결혼하기 전까지는 인간 취급을 안 한 거예요.
얘네들로서는 알에서 생활했던 시기, 
애벌레로 살았던 시기가  
다 일생의 한 부분인 겁니다.
사실 곤충의 가장 중요한 시기는 
가장 오래 있고, 가장 영양 상태가 좋은 애벌레 시기입니다.
인간의 관점에선   
결혼한 남녀를 어른이라고 하잖아요.
곤충의 경우는 날개를 달 때부터 어른인 거예요.
짝을 찾아서 이동할 수 있으니
날개를 다는 순간 바로 어른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어른이 된 붉은점모시나비가
엉겅퀴 꽃을 찾았습니다.
 
꿀 따는 이 친구 날개가 바람에 흩날립니다.
마치 붉은 점을 흩뿌린 모시가 흩날리듯 합니다.
이래서 아폴로의 나비(Red-spotted apollo butterfly) 라고 하나 봅니다.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

 
올 3월 눈 속에서 기어 다니는 애벌레를 본 적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다른 나비와 달리 
겨울에도 먹이 활동을 하고 성장을 합니다.
이들이 겨울에도 너끈하게 사는 이유,
얼지 않는 내동결(Anti-Freezing) 물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에도 활동하며 
내동결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게 이강운 박사입니다.
 
 "이 친구들은 연구가치가 무궁무진합니다.
저는 영하 48도에도 성장하고 발육하는  
붉은점모시나비가 가진 내동결물질에 주목합니다.  
 
겨울에 주로 활동하니 바이러스에 감염 안 됐을 까닭이 없고
공중에 떠다니는 박테리아도 얘네들 몸에 들어왔을 겁니다.
그런 것들을 다 견딘 얘들이니
항원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하면 사람 한데 좋은 물질을 활용할 수 있죠.
생태적으로도 그렇지만 산업적으로도 신약의 재료로도 쓸 수 있는 곤충이에요.
종 하나하나 다 보존해야 하지만,
내일이면 없어질지 모르는 멸종위기종이 가진 물질을 
미처 밝혀내지 못하고 없어지면 너무 안타깝잖아요.
저는 붉은점모시나비 안에 COVID-19를 이겨내는 물질이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지켜내고 증식하고 연구하려고 하는 거죠."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2004년 5월에 붉은점모시나비를 밀반출하려던 일본인이
적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엄연히 CITES(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lora and Fauna;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종임에도 밀반출하려 했던 겁니다.
그만큼 생물학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탐났던 겁니다.
 
  
붉은점모시나비

붉은점모시나비

 
그렇다면 이 친구들 몸값이 얼마일까요?
무려 5000만원입니다.
설마 싶죠?  
재미 삼아 잡는 몰상식한 사람에게 내리는 벌금이 이러합니다.
 
여섯달의 애벌레, 
보름의 번데기,
나흘의 어른 나비,
그리고 그 나흘 안에 짝짓기와 알 낳기를 해야 하는
운명의 붉은점모시나비,
이 고운 친구를 보는 것만으로 행운입니다.
 
손톱만 한 날개를 펼쳐
아폴로의 나비로 날기까지
6시간 30분의 과정을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그 과정을 30배속, 1분 이내로 편집했습니다.
그리고 이강운 박사가 들려주는 붉은점모시나비의 극적인 삶 이야기
또한 동영상에 담겼습니다.
 
 
핸드폰사진관은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곤충 방송국 힙(Hib)과 함께  
곤충을 포함한 생물 사진과 동영상을 핸드폰으로 촬영 업로드 합니다.  
 
자문 및 감수/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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