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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민 126년 '시네마 천국'···인천시가 지켜주세요

중앙일보 2021.06.09 05:01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달 20일 인천시 중구 애관극장 앞. 신작영화가 개봉했지만 극장을 찾는 손님은 적었다. 심석용기자

지난달 20일 인천시 중구 애관극장 앞. 신작영화가 개봉했지만 극장을 찾는 손님은 적었다. 심석용기자

인천시 중구 경동에는 빛바랜 3층 건물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실내극장인 애관극장이다. 1895년 전통악극을 무대에 선보인 이 극장은 1920년대 영화를 틀면서 애관(愛館)이라 불렸다. 집 관(館)자를 볼 관(觀)로 여기며 ‘보는 것을 사랑하는 집’이란 의미가 생겼다고 한다. 인천의 ‘시네마 천국’이란 별칭답게 애관에선 신작 영화 상영은 물론 각종 공연이 펼쳐졌다. 미국의 유명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 무대에 섰다. ‘신성일 엄앵란 쇼’가 열리는 날에는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고 한다. 지난 2017년 영화 옥자 개봉 당시 이곳을 찾은 봉준호 감독은 “역사가 깊고 전설적인 곳에 오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 최초 실내극장 중구 ‘애관극장’
경영난 심해 매각설, 철거 위기
시민들 “민간에 팔리면 극장 사라져”
원주·나주시, 매입후 문화공간 재생

애관극장 주인인 극장 대표는 코로나19 등으로 누적된 경영난 때문에 극장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 매각설이 이어지자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인천시민들’(애사모)은 “민간에 팔리면 극장이 사라진다. 인천시가 매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랜 역사와 추억을 문화유산으로 남기자는 주장이다. 인천시는 시민단체, 연구기관, 영상·건축 전문가 등 15명을 불러 협의체를 만들고 논의를 시작했다.
 
코로나19와 멀티플렉스의 공습으로 40년 이상 자리를 지킨 전국의 오래된 극장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대부분 지역의 시민단체 등은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문화공간으로 남아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지자체의 예산을 투입하는 건 세금 낭비”라는 반대론도 있다.
 

극장 매입 나선 원주·나주

원주 아카데미극장. 사진 원주지명총람

원주 아카데미극장. 사진 원주지명총람

최근 강원도 원주시는 이 지역의 아카데미 극장을 보존하기 위해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1963년 문을 열어 40년 넘게 주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늘어나면서 원주극장, 시공관 등이 철거되는 와중에도 홀로 자리를 지켰지만,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매물로 나온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아카데미극장 보존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모금 운동도 했다. 결국 원주시가 움직였다. 아카데미극장을 리모델링해 상영관, 공연장, 전시실을 갖춘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전남 나주시도 1930년대 세워진 나주극장을 매입하기로 했다. 나주극장은 2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나주 최초의 극장이었다. 1980년대 복합문화공간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대형극장에 밀려 1990년대 문을 닫은 뒤 방치됐다. 이후 나주신협이 주차장 용지 마련을 위해 사들이면서 철거 위기에 몰렸지만, 올해 초 나주시가 원도심 도시재생을 위해 나서면서 기사회생하게 됐다.

 
철거를 피하지 못한 곳도 있다. 1935년 지어진 서울 중구 스카라 극장은 국내 초창기 극장 건축의 역사가 서린 곳이다. 약초극장으로 불리다가 광복 이후 수도극장, 다시 스카라극장으로 바뀌었다. 모더니즘 건축양식으로 유명해 2005년 정부가 근대문화재로 등록하려 했으나 건물주가 극장을 철거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역 문화 활성화 위해 지자체 매입 필요”

스카라극장 전경. 중앙포토

스카라극장 전경. 중앙포토

문화계에서는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경영난을 겪는 민간예술극장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 지역에 문화적인 영향을 줬으니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강성률 광운대 문화산업학부 교수는 “오래된 민간예술극장은 대부분 그 지역의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며 “민간 자본보다는 공적 자본이 매입해 그 취지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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