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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김장수 때도 폐지 하려다 못했다···文이 또 불지른 관할관

중앙일보 2021.06.09 05:00 종합 6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모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추모한 뒤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모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추모한 뒤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사법 제도 전면 개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장관·군단장 개입 관할관 제도가 핵심
‘문 대통령의 의지 강하게 작용’ 분석
과거 “군 특수성 고려” 주장에 무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이런 사고가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라”며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군사법원법 개정안 처리를 주문했다. 지난 6일 직접 공군 부사관 추모소를 찾아 조문한 데 이은 조치였다. 같은 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군을 완전히 새롭게 조직한다는 각오로 군의 병폐를 뿌리 뽑겠다”고 호응했다. 송 대표는 민홍철 의원(국회 국방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군 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고 법사위는 10일 곧장 입법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군사법 민주화”vs “군·전시 특수성”…15년 평행선

 

계류중인 군사법원법 개정안은 현재 군사재판 2심을 담당하는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군인도 2심부터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내용과 군사법체계상 특수한 위상을 지닌 ‘관할관’ 제도를 폐지하자는 게 핵심이다. 그중에서도 논란이 큰 건 관할관 제도 폐지 문제다.  
 
 
3권 분립의 원리에 따라 집행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존재 기반으로 하는 사법부와 달리 군사법원은 관할관을 통해 집행권력의 재판 개입이 제도화되어 있다. 관할관(고등군사법원의 관할관은 국방부 장관, 보통군사법원은 통상 군단장)은 사건을 특정해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일반 장교를 ‘심판관’이란 이름으로 판사석에 앉힐 수 있다. 또 관할관은 재판부가 결정한 형량을 3분의 1 미만의 범위 내에서 재량으로 감경할 수 있는 권한(확인조치권)도 갖고 있다. 
 
관할관의 존재를 둘러싼 논란은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잠시 불붙었지만 그때마다 “군사법체계 민주화를 위해 폐지해야 한다”는 진보진영의 주장과 “군과 전시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해 존치해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왔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6월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관할관 폐지 등을 담은 개혁안에 각 군 참모총장 동의서까지 받아 법사위에 제출했지만 대선 정국 속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2014년 9월 윤일병 사망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재판이 열린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가해 병사들 한 명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김상선 기자

2014년 9월 윤일병 사망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재판이 열린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가해 병사들 한 명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진영 싸움이 제대로 붙은 건 2014년 4월 집단 괴롭힘 끝에 사망한 윤승주 일병 사건을 육군이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을 때다. 당시 야권 법사위원들은 “심판관 제도를 폐지하지 않는 것은 개혁의 완성이 아니다”(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라거나 “관할관의 영향력 하에 놓여 있는 사람(심판관)이 재판 과정에 참여하니 독립성 보장이 안된다”(서기호 정의당 의원)고 주장했지만 국방부가 버텼다.
 
결국 관할관의 권한을 일부 축소하는 수준의 개정안이 2015년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단급 보통군사법원 폐지 및 군단장 예하 설치·운영 ▶심판관 자격 강화(영관급 이상) ▶관할관 지정 사건을 군 형법(강간·추행 제외) 및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건에 한정 등이 개정의 취지였다.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방부의 입장이 완강했고, 민주당이 그땐 야당이어서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文의 신념…찬반은 여전히 팽팽 

 
재판 전 단계의 사건 처리 과정이 문제가 된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군사법원 체계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여권이 드라이브에 나선 데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군사법원 전면 폐지를 2018년 3월 발표한 헌법 개정안에 담았었다. 헌법에 군사법원 설치 사유를 ‘비상계엄 선포 시, 또는 국외 파병 시’로 제한해 평시 존립근거를 없애겠다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헌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도 되지 못했다. 개헌이 불발되자 국방부는 2019년 지금과 같은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임기 만료로 폐기되자 21대 국회 개원 직후 이 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국민의힘 국방위 간사인 한기호 의원은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심을 민간 법원으로 넘기면, 사건 노출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더 심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정밀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등군사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관할관·심판관 제도는 일반 군판사가 모르는 특수한 작전 상황을 재판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관할관 감경권도 적지에서 패하고 돌아온 장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니 힘껏 싸워라’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2006년 6월16일 노무현 대통령이 계룡대 대회의실에서 군 주요지휘관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위해 윤광웅 국방부장관, 이상희 합참의장, 김장수 육군총장, 남해일 해군총장, 김성일 공군총장과 입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6년 6월16일 노무현 대통령이 계룡대 대회의실에서 군 주요지휘관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위해 윤광웅 국방부장관, 이상희 합참의장, 김장수 육군총장, 남해일 해군총장, 김성일 공군총장과 입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에 대해 역시 고등군사법원장 출신인 민홍철(민주당) 국회 국방위원장은 “재판권을 곧 지휘권이라 여겨온 군, 그리고 야당의 반대로 지금껏 법안 처리가 어려웠다”며 “이제는 군도 폐지에 동의하는 상황인데, 국민의힘은 여전히 사법체계 개선보다 지휘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한국이 전시 상황이란 특수성에 방점을 둔 야당과 평화체제와 민주화를 마음에 둔 여당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며 “‘평시’를 기준으로 법을 개정하더라도 전시 상황에 대한 복안이 함께 논의돼야 조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남수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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