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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코너 몰린 여당, 의원 12명 내쳤다

중앙일보 2021.06.09 00:15 종합 1면 지면보기
더불어민주당이 8일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불법 거래 의혹을 받은 소속 국회의원 12명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전원 탈당을 권유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를 열어 비공개 토론을 거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무소속으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를 받고, 무혐의로 결론이 나면 복당을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고용진 당 수석대변인은 “무소속 의원으로 공정하게 수사에 임해 무혐의가 되면 당으로 돌아올 자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투기 연루자 탈당 권유·출당
여당 “엄중 대응”…8명 당 조치 수용
“의혹 풀고 오라” 복당 여지 남겨
“국민의힘도 전수조사하라” 역공

윤석열 장모 부동산 투기 의혹
대선 국면서 집중공략 가능성

여당, 윤미향·양이원영은 출당
비례대표는 탈당 땐 의원직 잃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부동산 투기의혹에 연루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부동산 투기의혹에 연루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2명의 의원이 받는 혐의는 세 가지다. ①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4명(김주영·김회재·문진석·윤미향 의원) ②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 3명(김한정·서영석·임종성 의원) ③ 농지법 위반 의혹 5명(양이원영·오영훈·윤재갑·김수흥·우상호 의원) 등이다. 비례대표인 윤미향·양이원영 의원 등은 본인 의사에 따라 ‘탈당’하게 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출당하기로 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탈당 권유’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기득권을 내려놓은 채 조사받고 의혹을 풀자는 것”이라며 “국민적 불신이 너무나 크고 (국민이) 내로남불, 부동산 문제에 대해 예민하다”고 말했다. 앞서 송영길 대표는 “본인 및 직계가족의 부동산 투기가 발견되면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전까지 복당을 불허하겠다”고 공언했다.
 
고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에선 과도한 선제조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선제적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이 탈당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고 대변인은 “송 대표가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이미 언급했다. 거기에 맞게 엄중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그러면서 “의혹을 해소하고 민주당으로 돌아오기를 문 열어놓고 기다리겠다”며 “이미 12명 의원에 대한 사건이 특수본에 이첩된 만큼, 무소속으로 공정하게 수사에 임해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길 바란다”고 했다.
 
대선 앞두고 제살 도려낸 여당, 윤석열 겨냥한 포석일 수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부동산 불법거래 연루 의혹을 받는 의원 12명에게 당 차원에서 전원 탈당을 권유한 것과 관련해 “의원들께서 선당후사 관점에서 수용할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오종택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부동산 불법거래 연루 의혹을 받는 의원 12명에게 당 차원에서 전원 탈당을 권유한 것과 관련해 “의원들께서 선당후사 관점에서 수용할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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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3월 30일 민주당 지도부가 권익위에 ‘전수조사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이뤄졌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으로 민심 이반이 커지자 이를 막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다. 민주당은 당초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국민의힘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김태년 당시 당 대표 직무대행(원내대표)이 “민주당이 전수조사를 선제적으로 실시한다”며 단독 조사를 결정했다.
 
12명 탈당 권유에 민주당은 종일 술렁였다. 악재를 일찌감치 털어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지만 대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12명 이탈’은 당의 결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586그룹’의 대표주자로 차기 대선기획단장 물망에 올랐던 우상호 의원을 향한 탈당 권유는 의외의 초강수라는 평가다.
 
12명 중 우상호·김한정·김회재·오영훈 의원 등 4명은 탈당 권유를 거부했다. 하지만 다른 8명은 사실상 탈당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에선 “국민 눈높이에 맞춘 잘된 결정”(고위 관계자)이라는 기류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이철희 정무수석은 “그동안 내로남불, 위선 이런 것에 대해 많이 비판받았는데 달라지려고 무지 노력하는구나 (싶었다). 깜짝 놀랐다”고 했다. 다만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는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야당 압박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저희는 제 살을 깎는 심정으로 결단했고 이제는 야당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 주자 5명이 소속 의원 부동산투기 전수조사 결단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이 자신들의 부동산 투기 논란을 일부 털어내면서 향후 대선 국면에서 상대 후보의 부동산 의혹을 집중 공략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재 윤석열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는 토지 매입 과정에서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흑석 김의겸부터 조사받겠다. 국민의힘도 떳떳하게 나서 달라”며 “모든 부동산 관련 내용을 제출하겠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말을 빌리자면 ‘10원 한 장 감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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