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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의 반전…나이 들더니 더 빨라졌네

중앙일보 2021.06.09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나달은 프랑스오픈 4회전을 가볍게 통과하고 8강에 올랐다. 주 무기였던 지구력 대신 스피드를 장착해 더 강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나달은 프랑스오픈 4회전을 가볍게 통과하고 8강에 올랐다. 주 무기였던 지구력 대신 스피드를 장착해 더 강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라파엘 나달(35·스페인·세계 3위)은 노장이지만, 클레이(흙) 코트에서는 여전히 무적이다. 하지만 변한 게 있다. 이제 그의 무기는 지구력이 아니라 스피드다.
 

프랑스오픈 테니스 단식 8강 진출
체력 떨어지자 랠리 플레이 줄여
달라진 스타일에 상대 속수무책
“몸 상태 좋아 14번째 우승 가능”

나달은 8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야니크 시너(20·이탈리아·19위)를 세트 스코어 3-0(7-5, 6-3, 6-0)으로 완파하고 8강에 올랐다. 이번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은 14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나달은 2005~08년 4년 연속, 2010~14년 5년 연속 프랑스오픈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손목 부상까지 겹친 2016년에는 32강에서 기권했다. 전성기가 끝난 듯했다. 초인 같은 재활을 거친 끝에 그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또 한 번 4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잔디 코트(윔블던)나 하드코트(호주오픈, US오픈)에서도 우승했지만, 나달 하면 역시 클레이 코트다. 스페인에 클레이 코트가 많고, 어렸을 때부터 클레이 코트에서 훈련해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서브나 위닝 샷의 경우 다른 코트에서 훈련하면 효과가 없다. 클레이 코트에서는 클레이 코트만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클레이 코트는 하드코트나 잔디 코트보다 표면이 무르다. 공이 바닥에 튀면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빠르고 강력한 서브나 스매싱이 클레이 코트에서는 상대적으로 위력이 줄어든다. 랠리가 길어진다. 나달은 자연스럽게 랠리 위주의 끈질긴 수비형 선수가 됐다. 나달은 클레이 코트에서만큼은 누굴 만나든, 5세트까지 싸우든, 지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30대에 접어들면서 부상은 잦아졌고, 체력도 떨어졌다. 나달은 그간 주 무기였던 지구력 대신 스피드에 초점을 맞췄다. 견고한 수비보다는 빠른 공격에 집중했다. 나달은 그 이유를 “더 빨리 공격해서 이길 수 있다면 더 좋다. 그러기 위해 매 순간 할 수 있는 것을 다한다”고 말했다.
 
8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호크아이(비디오 판독) 데이터 분석 결과, 서브를 넣은 나달은 이어 베이스라인 앞에서 첫 번째 샷을 했다. 베이스라인 뒤에서 할 때보다 공격적 대응이다. 2012~16년 그 비율이 30%였는데, 36%(2017년)→39%(18)→41%(19)→42%(20)로 증가세다. 득점 확률도 베이스라인 앞에서 첫 번째 샷을 할 때 74%로 높아졌다. 반대로 베이스라인 뒤에서 첫 번째 샷을 할 때는 59%다. 차이가 난다. 뉴욕타임스는 “나달은 최근 속도와 효율성 있는 테니스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박용국(NH농협은행 스포츠단장) 해설위원은 "나달은 베이스라인 뒤에서 주로 공격하고 수비했다. 리턴 위치가 보통 선수보다 4m 정도 멀었다. 그래서 공이 느리게 오는 클레이 코트에서 위력이 대단했다. 하지만 천하의 나달도 나이가 들어 체력이 고갈되면서 경기 스타일에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2~3년 전부터 서브를 넣고 전진해 재빨리 공격한다”고 분석했다.
 
나달, 올 프랑스오픈도 천하무적

나달, 올 프랑스오픈도 천하무적

나달과 지구전을 준비한 상대는 빨라진 경기 스타일에 놀란다. 이번 대회 32강전에서 나달을 만난 캐머런 노리(26·영국·45위)는 "나달이 서브 직후에 정말 빨리 포핸드 샷을 한다. 놀랍다. 정말 무자비한 선수”라고 말했다.
 
나달은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결승전까지 7경기를 모두 세 세트 만에 마쳤다. 올해도 16강전까지 4경기가 3세트 경기였다. 경기 시간은 2시간 내외였다. 빠른 공격인 네트플레이를 13번 시도했고 12번 성공(성공률 92%)했다.
 
나달은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그는 8강전에서 디에고 슈와르츠만(29·아르헨티나·10위)을 만난다. 통산 상대전적에서 슈와르츠만에 10승 1패로 크게 앞선다. 8강전을 통과하면 준결승에서는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34·세르비아)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무결점 테니스’의 조코비치도 프랑스오픈에서만큼은 나달이 버겁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결승전에선 나달에게 0-3으로 졌다. 박용국 위원은 "나달이 올해 프랑스오픈에 나온 톱 선수 중 가장 몸 상태가 좋아 보인다. 무난하게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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