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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S주사기 받으러 보건소 다녀와야" 백신 접종 동네의원가보니

중앙일보 2021.06.08 18:26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파티마 의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접종자들이 이상반응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거리두기한 채 대기하고 있다. 이태윤 기자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파티마 의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접종자들이 이상반응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거리두기한 채 대기하고 있다. 이태윤 기자

“남편이 먼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강추(강력추천) 해서 맞으러 왔어요.”

 
8일 오후 서울 노원구에 사는 신모(52)씨는 잔여 백신을 맞은 뒤 이렇게 말했다. 60세 이상에게 AZ 백신을 대규모로 접종한 지 이틀째인 이날 서울 노원구 중계동 파티마 의원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온 예약자가 아침 일찍부터 줄을 이었다. 
 
이 의원에선 오전 9시부터 매 시 정각마다 사전예약자 10명씩 모아 백신을 접종했다. 이날은 오후 3시까지 여섯 번에 나눠 60명이 AZ 백신을 맞았다. 예약 취소나 변경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잔여백신을 맞은 사람은 2명이었다. 사전예약했다가 다른 날로 접종을 미룬 사람과 예약해놓고 그냥 나타나지 않은 사람의 몫이다. 의원에선 미리 만들어둔 예비접종자 명단에 따라 순서대로 연락을 돌렸다. 잔여백신을 맞은 2명 가운데 한 명인 신 씨는 “백신 이상 반응 관련 언론 보도가 많아 불안했는데 막상 남편이 접종해보니 열도 안 나고 당일에 운동도 할 수 있을 만큼 멀쩡했다”며 “그 모습을 보고 안심하게 됐다. 예비접종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지 며칠 만에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장현재 파티마의원 원장(대한개원의협회 부회장)은 “하루에 30~60명 정도 접종하는데 오늘은 5바이알(병)을 열어 최소 잔여형 주사기(LSD)로 1개 바이알당 12명씩 60명에게 백신을 놨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파티마 의원 안 코로나19 예방 접종 접수대의 모습. 이태윤 기자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파티마 의원 안 코로나19 예방 접종 접수대의 모습. 이태윤 기자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내내 의사와 간호사 2명은 쉴 틈이 없었다. 백신 접종 시간인 정각 15분 전부터 병원을 찾아온 예약자에게 접종 방식을 안내하고 예진을 했다. 이어 순서대로 접종을 마치면 30분이 훌쩍 넘었다. 틈틈이 일반 환자 진료도 해야했다. 접종자에게 15~30분간 병원 안에서 거리를 유지한 채 이상 반응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안내도 빠뜨리지 않았다. 
 
전화도 쉬지 않고 울렸다. 대부분 백신 예약 시간을 변경하거나 확인하는 전화였다. 이 의원 간호사는 “걸려오는 전화도 하루 15~20통이 넘고 잔여백신 접종자에게 직접 전화를 돌리다보니 전화기 앞을 떠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을 마친 대상자의 정보를 질병관리청 시스템에 입력하는 일도 병원 의료진의 몫이다. 장 원장은 “간호사 한 명은 컴퓨터 앞에서 백신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며 “직원이 몇명되는 개인 병원은 한 명을 뺄 수 있지만, 영세 병원은 업무 부담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1·2차 누적 접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현장에선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신 보관을 위해 시시각각 냉장고 온도를 관리하고, LDS주사기를 받으러 직접 보건소를 찾고, 불량 주사기를 관리하는 등 신경써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날도 백신 접종 과정에서 주사기 한 대가 부서졌다. 장 원장은 “보건소에서는 주사기 물량을 접종 인원에 딱 맞춰 보내주는데 간혹 불량품이 나온다”며 “불안해서 아예 사비로 80개 정도 사뒀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담은 냉장고의 온도를 체크해 알려주는 앱(App)의 모습. 매분마다 온도가 기록돼 있다. 이태윤 기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담은 냉장고의 온도를 체크해 알려주는 앱(App)의 모습. 매분마다 온도가 기록돼 있다. 이태윤 기자

 
전주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페이스북에 “(백신)물량이 5바이알 미만이면 직접 보건소에 가서 백신을 받아야 한다”며 “아이스박스 들고 가서 온도계 달고 2~8도 유지하며 직접 받아오는 일이 쉽지 않다. 독감 백신은 1개라도 배송해주는데 적은 양이라도 직접 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상 반응 지켜보기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 당국은 백신 아나필락시스 등 급성 이상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접종 후 15~30분 정도 병원 내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장 부회장은 “시간당 10명이 접종할 경우 일반 진료 예약 환자와 접종자가 병원 안에 함께 있어야 하는데 작은 병원은 협소한 공간에서 거리 두기를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는 잔여 백신 예약 방식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10일부터는 만 60세 미만의 경우 앞서 병·의원에 전화나 방문으로 잔여 백신 접종을 예약했더라도 접종을 받을 수 없고 오직 네이버나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만 예약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대한개원의협회는 “갑작스러운 예약방식 변경은 오히려 일선 의료기관의 혼란을 부추기고 코로나19 방역업무에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일선 의료기관의 업무효율과 환자의 건강권 보호 등을 고려하기 위해 제도 시행을 보류해 줄 것과 충분한 논의를 위해 시행을 19일까지 연기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7일 성명을 내 연령과 상관없이 기존 전화 예약 방식과 SNS 방식을 병행하자고 제안했다. 의협은 “전화 예약 방식은 단골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져 세심한 예진이 가능하다”며 “백신 접종을 위해서는 최소 오후 5시까지 의료기관에 도착해야 하는 데 SNS를 이용한 방식의 경우 원거리 환자가 많아 오히려 폐기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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