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한민국 국민 맞나”…강제징용 패소 판결에 등장한 ‘#김양호 탄핵’

중앙일보 2021.06.08 17:37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 닛산화학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유족 임철호(왼쪽) 씨와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장덕환 대표가 공판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항소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 닛산화학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유족 임철호(왼쪽) 씨와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장덕환 대표가 공판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항소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국내 1심 법원에서 패소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뒤집고 각하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을 비판하는 시민단체들의 논평이 이어지고, 온라인에선 재판장인 김양호(51·사법연수원 27기) 부장판사의 탄핵을 촉구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소송 각하 판사에 비난 쇄도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강제징용 피해자 송모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주식회사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일협정으로 강제징용 관련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도 해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2년 8개월 전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15개 시민단체는 공동논평에서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재판부는 일본의 보복과 이로 인한 나라 걱정에 법관으로서 독립과 양심을 저버렸다”며 “국가 이익을 앞세워 피해자들의 권리를 불능으로 판단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온라인에선 ‘#김양호 탄핵’

7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서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린 김양호 부장판사의 탄핵을 촉구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7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서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린 김양호 부장판사의 탄핵을 촉구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온라인에선 판결문에 명시된 표현을 둘러싸고 재판장인 김양호 부장판사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각하 결정이 내려진 판결문에 “일본의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은 국내적 해석에 불과하다” “분단국의 현실 속에 서방세력의 대표국가 중 하나인 일본국과의 관계가 훼손된다” 등 판결 내용으로는 이례적인 문장들이 있다면서다.
 
1심 각하 결정이 나온 당일 대표적인 친문재인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클리앙에선 한동안 ’#김양호 탄핵’이라는 해시태그(hashtag) 달기 운동이 벌어졌다. 커뮤니티에선 “판결문 내용을 보면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인지가 의심스럽다” “이 판사를 탄핵하지 못한다면 역사책에 남을 만한 사건이 아닐까 한다” “판사가 이제 외교까지 걱정한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판사 탄핵 청원 등장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반국가, 반민족적 판결을 내린 김양호 판사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김 부장판사가 각하 판결을 내린 까닭을 살펴보면 과연 이 자가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반국가적, 반역사적인 내용으로 점철돼 있다”며 “근거로 제시한 청구권 소멸론은 일본 극우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반민족적 판결에 다름이 아니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6만여명이 동의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양호 판사의 과거 전적’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과거에 김 부장판사가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의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글에는 지난 2016년 당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2단독을 맡았던 김 부장판사가 판결에 불만을 품은 피고인이 자신에게 욕을 하자 즉석에서 형량을 세 배로 늘려 논란이 된 내용이 담겼다. (2017년 1월 19일 본지 12면 「울컥 판결…징역 1년 선고에 욕하자 바로 징역 3년 때린 판사」)

관련기사

전문가들 ‘여론재판’ 위험성 경고

그러나, 판결 내용과 관련해 탄핵을 요구하거나 판사 개인을 비난하는 행동이 자칫 ‘여론재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사 개인에게 명백한 비위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다수가 원하지 않는 판결이 나왔다는 이유로 탄핵을 요구하는 건 앞으로 여론재판을 하자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사를 비난할수록 사법의 독립성과 재판의 공정성은 흔들린다”고 말했다.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정사상 단 한 차례 있었다. 헌법에 따라 판사는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그 신분을 보장받기 때문에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판사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해 재적 과반이 찬성하면 이뤄지고,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른바 ‘사법 농단 혐의’로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오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