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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연기“ vs “낮은 수 선거공학”…정세균·이재명 정면 충돌?

중앙일보 2021.06.08 17:03
이재명 경기지사(왼족)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노무현 서거 12주기 추모전시에 참석해 캘리그라피 퍼포먼스를 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왼족)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노무현 서거 12주기 추모전시에 참석해 캘리그라피 퍼포먼스를 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후보 경선 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 등 후발 주자들이 8일 ‘경선 연기’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다. 반면, 여권 지지율 1위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이런 주장을 조목조목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대선 기획단 출범을 약 1주일 앞두고 양측이 전면 충돌 조짐마저 보인다.
 

정세균 “경선 규정 절대불변? 고칠 수 있어”

 
포문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열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 후보) 경선에 관한 규정은 절대불변의 것이 아니다. 필요하면 고칠 수 있도록 당헌·당규에 돼 있다”며 “경선의 시기·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백신 접종이 조금 더 당겨질 수 있고, 그러면 지금처럼 비대면 ‘깜깜이’ 방식이 아닌 경선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앞줄 왼쪽 두 번째)와 이광재 의원(앞줄 오른쪽 두 번째)이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정세균-이광재와 묻고 답하는 경기도 기초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두 후보는 일제히 '경선 연기론'을 꺼내들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앞줄 왼쪽 두 번째)와 이광재 의원(앞줄 오른쪽 두 번째)이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정세균-이광재와 묻고 답하는 경기도 기초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두 후보는 일제히 '경선 연기론'을 꺼내들었다. 연합뉴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전엔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또 다른 대선 후보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경선 연기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형식적으로는 경기 지역 17개 기초자치단체장의 초청행사였으나, 여권 일각에선 “반(反)이재명, 경선 연기연대가 본격화됐다”(수도권 초선 의원)는 해석도 나왔다. 이 지사와 갈등을 겪은 적이 있는 조광한 남양주시장, 은수미 성남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등이 모두 참석해서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찬 회동 사진과 함께 “저는 우리 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려면 경선 흥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선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고 적었다. 이 글이 올라온 시점은 정 전 총리 기자회견이 끝난 지 30여 분 뒤였다. 
 
당 지도부 일부도 연기론에 가세했다. 친문 성향 강병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선 연기 주장에 대해 “당연히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굉장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후보들께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셔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측 즉각 반박…“회초리 맞고 또 당헌·당규 개정?”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경선 연기론에 대해선 특별한 입장을 직접 내놓지 않았다. 대신 이 지사 측 의원들이 잇따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정 전 총리의 주장을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사진 왼쪽)과 민형배 의원은 8일 각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선 연기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진은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두 의원이 ‘가상자산업법 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뉴스1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사진 왼쪽)과 민형배 의원은 8일 각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선 연기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진은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두 의원이 ‘가상자산업법 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뉴스1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집단면역 형성 시점을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며 “경선을 두 달 미룬다고 해서, 방역 염려가 사라지고 흥행에 성공할 거라는 것은 불확실한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수많은 사람들을 체육관으로 동원해 연설회를 갖는 방식이 흥행의 보증수표가 될지를 자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특히 흥행에 성공한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를 언급하며 “야당은 파격적인 젊은 리더십으로 변화의 몸짓을 절박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보궐선거에서 강한 회초리를 맞은 집권여당이 내부의 룰 싸움에 집중해서야 되겠나. 그들보다 더 큰 혁신 경쟁을 벌여도 한참 부족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민형배 의원은 한층 직설적이었다. 민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정 전 총리를 직접 겨냥해 “지금의 룰을 지켜야 한다고 가장 강력하게 말하는 큰 정치인이기를 기대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며 “즉각 경선연기 주장을 거두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이어 “예비주자들이 해야 할 일은 정책과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경쟁하는 것이다. 그게 어렵다면 자격이 없다는 것”이라며 “없는 자격을 경선연기라는 낮은 수의 선거공학으로 돌파하려 마시라”고도 했다.
 

이낙연 측 “경선 시기 늦추자는 말 한 적 없어”

 
양측이 정면충돌하는 건 경선 시점을 둘러싸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양 캠프 사정에 밝은 민주당의 한 의원은 “후발 주자인 정 전 총리 입장에선 7~9월로 예정된 경선 시점이 한두 달이라도 늦춰져야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지만, 이 지사 측에선 본선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 논쟁에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양측 논쟁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저희는 (경선) 시기를 늦춰야 된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 당에서 정리해주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지금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 의원은 최문순 강원지사가 주장한 ‘슈퍼스타K’ 방식 경선을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빨리 도입돼야 되고, 필요하다면 경선의 시기도 조정할 수 있다”며 묘한 여지도 남겼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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