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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은 뒤 술 마셔도 되나요? WHO 의외의 대답 내놨다

중앙일보 2021.06.08 05:00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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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전·후 술 마셔도 괜찮은가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 주 정부 방역 당국이 운영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안내사이트 FAQ(자주 묻는 질의)에 올라온 내용이다. 뻔한 답이 나올 것 같은데 실제 결론은 예상외다. “당국은 백신을 맞은 뒤 술을 마셔도 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권고사항을 갖고 있지 않다”였다. 음주와 백신 효과에 관한 연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알코올 사용 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 면역 체계가 손상됐을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당부했다. 알코올 사용 장애는 알코올 중독·남용의 질환명이다. BC주 정부 방역 당국이 ‘술 마시면 좋지 않다’고 분명히 답할 때는 접종 예약 때다. 건강상태를 상담해야 하는데 이해력 등을 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알코올중독이거나 고주망태가 돼 의사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을 제외하면, 음주가 백신 자체의 효과나 부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는 얘기다.

백신 접종 준비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백신 접종 준비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량은 8.5L(순수 알코올양)에 달한다. 소주로 따지면 178.9병(알코올도수 16.5도 기준)쯤 된다.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백신 접종을 전후해 술을 마셔도 되는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백신 접종 후 술을 마셔도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안내돼 있지 않다. 그럼 ‘술을 마셔도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WHO 등과 달리 우리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 후 음주를 권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 예방접종 후 주의사항을 통해 ‘접종 당일과 다음날은 과격한 운동 및 음주 삼가’로 안내하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의 전문가 초청 대국민 설명회 때에서도 “음주는 피해야 한다”는 당부가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면역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원장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술을 마시면 항체 형성 과정에 문제가 발생해 백신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 대응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 원장은 “접종 후 발열이나 근육통 등의 이상 반응이 생기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진통제를 먹어야 하는 만큼 며칠간 음주를 삼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세트아피노펜이 알코올과 반응하면 독성물질로 변할 수 있어 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도 술 마신 뒤 진통제 복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7일 한 어르신이 예방접종 확인 스티커를 휴대전화에 부착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7일 한 어르신이 예방접종 확인 스티커를 휴대전화에 부착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음주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 연구된 바가 없기 때문에 WHO나 CDC에 관련 지침이 없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가 없다는 게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방역 당국 나름의 고충도 있다. 마 부회장은 “음주 자체가 건강에 좋지 않은데, ‘접종 당일과 이튿날 음주 삼가’라는 식의 주의사항을 넣을 경우 ‘그럼 접종 3일 후부턴 마셔도 된다는 것이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WHO 등은 아예 이 내용을 뺀 것”이라고 말했다.
 
접종 후 목욕·사우나를 이용해도 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다. 질병청은 ‘접종 당일은 목욕하지 않는 것이 좋음’이라고 안내 중이다. 반면 목욕문화가 발달한 일본은 다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홈페이지 질의응답을 통해 “목욕해도 상관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접종 부위를 강하게 문지르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마 부회장은 “역시 목욕이 항체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된 게 없다”며 “목욕보다는 간단한 샤워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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