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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콕에 베이비붐? 뚜껑 여니 최악 베이비 쇼크[독자 뉴스]

중앙일보 2021.06.08 05:00
[독자와 함께 만드는 국제 뉴스]
글로벌 이슈에 대한 독자의 문의를 받아 중앙일보 국제팀 기자들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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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결혼 · 출산율.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결혼 · 출산율. [중앙포토]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의 인구와 출산 상황이 알고 싶습니다. 한국은 코로나 이전에도 출산율 감소가 심각했는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독자 'moOOOO@hanmail.net' 
 
올해 36세인 이탈리아 여성 안젤라 이오리오는 올해는 꼭 결혼해 첫 아이를 갖겠다는 계획을 결국 접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결혼식은 벌써 두 차례 연기됐습니다. 게다가 약혼자도 직장이 봉쇄조치 이후 문을 닫으면서 근 1년간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선 결혼은 물론, 아이를 갖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겁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여간 이어지면서 전 세계가 '출산 감소'라는 2차 쇼크를 겪고 있습니다. 팬데믹 초기만 해도 이런 상황까지 올지는 몰랐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베이비붐'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막연한 예측까지 나왔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서울 중구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 놓인 아기 바구니 곳곳이 비어 있는 모습. [뉴스1]

서울 중구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 놓인 아기 바구니 곳곳이 비어 있는 모습. [뉴스1]

 

전세계 주요국 출산율 동시 하락

 
임신 기간을 고려하면 펜데믹이 전 세계 출산율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2021년 통계를 살펴봐야 합니다. 정확한 통계는 내년 상반기에 나오겠지만, 최근 공개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데이터는 그 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습니다. 
 
각국 매체가 보도한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일본, 프랑스, 스페인 등 국가에서 출생아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WSJ은 유럽 내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던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12월 출생아 수가 21.6% 줄었고, 스페인도 올해 1월 20% 급락했다고 전했습니다. 프랑스도 지난 1월 출생아 수가 13.5%나 떨어지면서 1973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아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1월 홍콩과 대만에서 출생아 수가 각각 56%, 23%나 급감했다고 전했는데요. 한국과 일본도 올해 1월 각각 6.3%와 14%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역시 충격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출생아 수는 8% 줄었습니다. 한 발 더 나가 미 브루킹스연구소는 올해 출생아 수가 지난해보다 약 30만명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습니다. 
 
 ※자료 : 유엔인구기금(UNFPA) 홈페이지

※자료 : 유엔인구기금(UNFPA) 홈페이지

"세계 인구, 팽창에서 위축으로"

 
사실 팬데믹 이전에도 출산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은 전 세계 절반에 가까운 나라의 출산율이 현재 인구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감소했다고 경고하기도 했죠. 전세계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950년에 평균 4.7명이었지만, 2020년에는 2.4명으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요국들의 출산율 하락 현상이 심각합니다. 유엔 인구기금(UNFPA)은 지난달 14일 '2021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와 같은 1.1명으로 2년 연속 19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입니다.
 
이웃 국가들의 출산율을 살펴보면 북한 1.9명, 중국 1.7명, 일본 1.4명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이 밖에도 미국 1.8명, 영국 1.7명, 프랑스 1.8명, 독일 1.6명, 이탈리아 1.3명, 러시아 1.8명, 인도 2.2명, 브라질 1.7명) 등의 수치를 보였습니다. 
 

코로나19로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성당이 텅 비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로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성당이 텅 비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코로나19가 불러온 불확실성, 경기 침체가 출산율 하락세를 더욱 가파르게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오스트리아 비트겐슈타인 센터의 토마스 소보트카 연구원은 "모든 데이터가 선진국의 출산율 하락을 가리키고 있다"며 "불확실한 기간이 지속될수록 출산율에 더 영구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미국 구트마허연구소가 지난해 4월에서 5월 사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출산 계획을 미루거나 아이를 적게 갖기를 원한다는 응답이 30% 이상 나왔습니다.
 
각국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인구대국인 중국마저 출산율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최근 한 가정에 세 자녀까지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부랴부랴 내놓기도 했죠.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대학들은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산부인과 병동이 문을 닫는다. 독일에선 빈집 수십만 채가 헐린 자리에 공원이 들어서고 있다"며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인 '쇼크'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팽창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위축의 시대'로 접어드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한 해법과 함께 적응하는 방식도 찾아야 할 때라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전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건물의 모습. [프루킹스 홈페이지 캡처]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건물의 모습. [프루킹스 홈페이지 캡처]

 

韓, 1·2월 출생아 역대 최저

 
가뜩이나 출산율 하락에 고심해 온 한국에서도 코로나19발(發)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혼인·출산 적령기인 20~30대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절벽을 맞이한 데다 혼인 건수도 급감했는데요. 통계청 인구동향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2019년 23만9159건에서 2020년에는 21만3502건으로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기혼자들도 집값 급등이 이어지면서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짙어졌다고 합니다.
지난 1월 4일 경기도 수원시 한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뉴시스]

지난 1월 4일 경기도 수원시 한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뉴시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등록 출생아 수는 4만3289명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8%나 감소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하는데요. 지난 10년간 평균 감소율인 5.9%와 비교해 1.6배나 증가한 수치라고 합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출산율 감소는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2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혼인·출산 관련 주요 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고용·소득 충격이 20~30대에 상대적으로 집중되고 비대면 생활방식이 확산하면서 결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인데요. 코로나19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은 2021년부터 현실화되어 적어도 2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혼인율 감소가 1년 이상 시차를 두면서 지속적인 출산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혼 성수기인 지난해 9월 서울 광장시장 혼수상가의 썰렁한 모습. [연합뉴스]

결혼 성수기인 지난해 9월 서울 광장시장 혼수상가의 썰렁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 출생아 수는 27만2410명으로 20만명대에 처음 진입했다고 합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3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올해 출생아 수가 25만명 안팎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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