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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LH 투기 비리 잡으랬더니, 감원으로 땜질하나

중앙일보 2021.06.08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며 LH 투기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며 LH 투기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3기 신도시 땅투기 사태가 발생한 지 석 달 만인 7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혁신 방안에 따르면 가장 문제가 된 개발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공공택지 입지조사 권한을 국토교통부가 회수한다. 또 다른 공공기관이나 지자체·민간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은 축소하고, LH 인력의 20%(약 2000명)를 감축한다. LH의 모든 직원은 의무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또 실제 사용하지 않는 주택이나 토지의 취득도 금지된다.
 

내부정보 투기 비켜간 정부 혁신 방안
‘해체 수준으로 바꾸겠다’는 공언 무색

이번 혁신 방안은 지난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불거졌던 LH 사태의 본질을 비켜갔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비리를 어떻게 색출해 처벌할지 분명치 않다. 떠들썩하게 말잔치를 벌여온 LH 조직구조 개편안은 당정 간 간극 차가 크다는 이유로 미뤄졌다. “해체 수준으로 LH를 바꾸겠다”고 공언한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의 발언을 무색하게 하는 결론이다. LH 사태가 터진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다. 혁신 방안을 보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LH 사태는 공공주도 주택공급 사업에 대한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를 보여주는 사례다. 토지개발이라는 독점적 정보를 가진 정부와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주택공급 정책 시행 속에는 ‘특급 정보’로 한몫 보려는 내부자의 유혹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간 대규모 공공주도 주택공급 사업들에는 지난번 LH 비리와 유사한 사례가 수시로 불거졌다. 공공주도 방식의 정부 실패는 굳이 ‘독점 정보의 폐해’가 아니더라도 이미 증명되고 있다. 정부과천청사 앞 유휴부지에 짓기로 한 4000가구 공공주택 계획이 4일 취소된 데 이어 노원과 용산·마포 등지에서도 유사한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비리와 현지 주민 반발은 대부분 일방적 공공주도 주택공급 정책의 폐해다. 현 정부가 뒤늦게나마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을 잡기 원한다면 공공은 주택공급의 마중물 역할에 그치고, 시장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초과이익환수제와 용적률 규제, 과도한 기부채납 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규제가 풀어지면 정부 주도가 아니어도 공급이 필요한 곳에 주택이 알아서 들어서게 된다.
 
정부의 실패가 계속되고 있는 사이, 주택가격 급등은 이제 서울을 넘어서 수도권 전역으로 계속 번져가고 있다. 정상적인 소득으로는 주택 구매는 물론 세금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된다면 현 정권은 4월 재·보궐선거에 이어 대선에서도 다시 한번 죽비 정도가 아닌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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