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0돌 맞은 알뜰주유소…업계선 재검토 주장 왜?

중앙일보 2021.06.08 00:03 경제 5면 지면보기
알뜰주유소 업계선 재검토 삽화

알뜰주유소 업계선 재검토 삽화

국내 주유소 점유율 10.4%. 유류 판매량 기준 시장 점유율은 20%. 올해로 열 살을 맞은 알뜰주유소 얘기다. 10돌 맞이 거한 생일상을 받아야 할 상황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비자는 유류 가격 파괴자인 알뜰주유소를 환영하고 있지만, 주유소업계는 공정 경쟁을 해친다며 갈수록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류판매량 기준 시장점유율 20%
전기차시대 앞두고 업계 수지 악화

7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주유소업계는 최근 알뜰주유소에 대해 “공정 경쟁을 저하한다”거나 “시장 가격보다 낮은 최저가로 일반 주유소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 입찰을 통해 국내 정유사에서 유류를 공급받는다. 공급가는 시중 주유소보다 L당 100원 이상 저렴하다는 게 석유업계의 정설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시중 주유소의 마진이 L당 60원~100원 수준인데 알뜰주유소는 처음부터 100원 이상 싸게 가져간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 주유소가 알뜰주유소와 경쟁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유소협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알뜰주유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연데 이어 오는 9일에는 회장단 회의를 열고 향후 집회 등 대응 방법을 논의한다.
 
알뜰주유소 성장세는 통계를 보면 확연하다. 알뜰주유소는 2013년 1031곳을 기록해 2011년 도입 이후 처음으로 1000곳을 돌파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전국 알뜰주유소는 1241곳으로 7년 사이 200곳 넘게 늘었다. 전국적으로 매년 주유소 200여곳이 폐업하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알뜰주유소의 성장세가 확연하다.
 
석유공사 입찰을 통하지만 알뜰주유소에 유류를 공급하는 정유사도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판매하는 유류 중 절반 이상을 석유공사를 통해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 현재는 2019년 실시한 입찰에서 선정된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이 알뜰주유소에 유류를 공급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공급사로 선정돼도 저가 입찰 구조라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며 “자사 브랜드 주유소 눈치도 봐야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시중 주유소와 정유사는 불만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알뜰주유소를 통하면 시중 주유소보다 유류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지난해 알뜰주유소에서 팔린 휘발유와 경유는 시중 주유소 대비 각각 L당 34.2원, 33.4원이 저렴했다.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확대는 정부 시책에 따른 공익사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올해도 알뜰주유소 전환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내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는 유통 시장 경쟁 촉진과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자 도입한 사업”이라며 “석유공사나 개별 사업자의 편익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사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알뜰주유소를 둘러싼 진통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가와 맞닿아 있다. 알뜰주유소가 유류값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건 지난 10년간의 통계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하지만 정부의 민간 시장 개입을 놓고는 논란이 여전하다. 특히 수소경제와 전기차 등 에너지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주유소 산업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또 전국 주유소가 1만 1290곳(5월 기준)에 달해 차량 대비 적정 주유소(8000곳)를 크게 초과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알뜰주유소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알뜰주유소는 고유가 시대에 마련된 정책으로 탄소중립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다”며 “주유소 산업의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흩어진 알뜰주유소를 수소 충전 인프라로 전환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