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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 징용배상은 국제법상 잘못", 1심이 뒤집었다

중앙일보 2021.06.07 19:17
서울중앙지법 전경. [뉴스1]

서울중앙지법 전경. [뉴스1]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7일 “한·일 청구권 협정(이하 한일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소송권은 제한돼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일청구권협정, 모든 배·보상 해결"

대법원이 2018년 10월 30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지 2년 8개월 만에 정반대로 뒤집는 하급심 판단이 나온 것이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제의 식민지배에 따른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피고 기업이 원고들에 1억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 김양호)는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 송영호씨 등 85명이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니시마츠건설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각 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1965년 한일협정 때문에 곧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된 것은 아니지만, 헌법상 가치인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그 소송권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소송으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2018년 대법원 전합 판결 당시 13명 대법관 중 2명의 대법관(권순일·조재연)의 소수의견과 같은 입장이다.  
 
일제 징용 피해자 일본 기업 상대 소송 주요 일지 그래픽 이미지.

일제 징용 피해자 일본 기업 상대 소송 주요 일지 그래픽 이미지.

① "강제징용 배상 청구권, 한일협정으로 해결"

이번 판결의 핵심은 “한일협정으로 강제징용 관련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도 해결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데 있다. 재판부는 “한일협정 조문에 있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 내지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 문언은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일협정은 제2조 1에서 “양 체약국(締約國) 및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를 규정하면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어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사법적 해석 등 국내 사정만으로 국제 조약에 해당하는 한일협정을 이행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지 못 한다”며 “이는 일괄처리협정(lumpsum agreement)으로서의 한일협정 성격에 배치되는 행위는 국제법상 금반언(앞선 의사표시나 행위와 모순되는 언동을 할 수 없음)의 원칙 위반”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1961년 협정 체결 전 한국 정부가 일본에 대일청구요강 8개 항목을 제시하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 점 ▶2006년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관련 국민의 청구권 행사가 제한되는 것으로 보고 이를 보상할 목적으로 특별법을 제정한 것 등 한일협정 체결 전후 양국 정부의 인식과 언동을 거론했다.  
 
이에 따라 “강제징용 문제는 양 국민들의 외교적 보호권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배·보상까지 해결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협정으로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청구권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불법성 여부를 전제로 한 배상이냐, 보상이냐의 차이도 국내법적 개념일 뿐 국제법적으론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이에 반해 2018년 대법원 전합은 “제2차 세계 대전의 전후 처리 원칙인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기반으로 한 한일협정은 미불 임금 등 민사상 채무관계 해소를 위한 것”이라며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청구 내지는 정신적 위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봤다. 한일협정에 불법행위에 대한 개인의 위자료 지급까지 포함된 건 아니기 때문에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②"대법원 판결은 국내 해석에 불과, 국제법적으로 잘못"

재판부는 나아가 “일제의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도 국제법적 시각에서 보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 잡은 징용의 불법성은 유감스럽게도 모두 국내법적인 법해석”이라며 “일본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국제법적으로도 인정됐다는 자료가 없다”고 했다.
 
또 “만약 일본의 병합이 강점에 불과했더라도 식민지배를 금지하는 국제법적 관행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일제의 식민지배가 불법인지 여부는 사법부의 법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기관이 해야 할 것으로, 사법 자제의 원리가 적용되는 영역”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도 국내법 체계 안에 있는 만큼 “식민지배의 불법성”은 인정하지만, 이걸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재판에 근거로 쓸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결국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도 단지 국내 해석에 불과한 것으로, 이 같은 국내 사정만으로 국제조약에 해당하는 한일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별도의 항목으로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집행의 위법성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만약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판결이 확정돼 강제집행이 이뤄지면, 국제법정에서 한국이 패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재판의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 사법 신뢰에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③"소송 권리 행사 못 해, 국가안보·국제법 존중 중요"

재판부도 “일제 강점기 일본이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가한 고통에 비춰볼 때 한국이 (한일협정으로) 피해자들에게 한 보상은 매우 미흡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및 국제법 존중이라는 또 다른 헌법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원고들의 헌법상 재판 청구권은 제한될 수 있다”며 “일괄처리 방식으로 체결된 한일협정의 성격상 국가가 자금을 지급받은 이상 그 국민은 상대국 개인에 대해 소송으로 권리 행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2차 세계 대전시 자행된 인권침해와 대량 학살의 경우에도 냉정한 법적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최근 국제재판의 추세”라며 유럽인권재판소가 2013년 옛 소련 비밀경찰에 의한 폴란드 전쟁포로 학살 사건인 ‘카틴 대학살’과 관련해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부인한 사례도 들었다.  
 
이어 “원고들의 실체법적 청구권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소송으로 구할 수 없다는 것은 한국과 일본 사이 이미 이뤄진 외교적 합의의 효력을 존중하고 추가적인 외교 교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밝혔다.  

 
강제징용 문제에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한일협정으로 인해 소멸했느냐 여부는 2005년 정부가 민관공동위원회를 꾸렸을 때부터 쟁점이 됐다. 정부는 그간 “위안부 문제와 달리 강제징용은 한일협정으로 포괄적 지급이 이뤄졌다”는 인식과 “개인의 청구권이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는 인식을 동시에 드러내는 등 일종의 ‘그레이 존’에 머물러왔다.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그린 라이트’로 명시한 것은 2018년 대법원 전합이 처음이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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