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권남용 무혐의면 공무원법 기소? 공수처식 조희연 수사 논란

중앙일보 2021.06.07 18:28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의 수사 권한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입법 미비로 인한 후유증 탓에 공수처의 최종 수사 결과가 어떻든 뒷말이 나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7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공수처는 현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직권남용,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각각 '공제 1호' '공제 2호'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 중이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7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공수처는 현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직권남용,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각각 '공제 1호' '공제 2호'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 중이다. 뉴스1

7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2부(부장 김성문)는 현재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이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공제 1호’)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공제 2호’)로 나눠 수사 중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4월 23일 서울시교육감 등에 대한 기동점검 결과 국가공무원법 44조(시험 또는 임용의 방해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는 수사참고자료를 보냈다.
 
공수처는 수사참고자료 검토 후 조 교육감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했고, 지난달 4일엔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관련범죄로 인지해 앞서 수사 중인 경찰에 ‘중복 수사’를 이유로 이첩을 요구해 가져왔다. 관련범죄란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고위공직자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공수처법 2조)로서,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중 인지한 관련범죄는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들어간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변호인인 이재화(법무법인 진성) 변호사가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공수처에 수사 권한이 없어 위법하므로 경찰에 사건을 재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변호인인 이재화(법무법인 진성) 변호사가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공수처에 수사 권한이 없어 위법하므로 경찰에 사건을 재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도록 규정돼 있다(공수처법 24조 1항). 결국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니어도 검·경이 수사 중인 사건을 관련범죄로 인지할 수만 있다면 해당 사건을 공수처 관할로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상 하나의 사건인데도 관할에 따라 여러 사건번호가 매겨지고 병합 수사하는 경우는 검찰에서도 왕왕 있는 일이지만,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특정해 관련범죄를 인지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건 일종의 편법 수사”라고 꼬집었다.
 
한편, 조 교육감 측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판단 근거가 부족하므로 이 역시 공수처가 수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공수처법 23조는 ‘공수처 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공수처가 명확한 근거 없이 상상만으로 직권남용 혐의를 특정했기 때문에 그 관련범죄도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공수처는 “수사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서울시교육청=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서울시교육청=연합뉴스

공수처의 수사 권한을 인정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릴 경우다. 공수처장은 고위공직자범죄를 불기소로 결정할 때 해당 범죄의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관련범죄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해야 한다(공수처법 27조). 그런데 개정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어 이 사건의 행방이 묘연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직권남용 혐의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사실상 직권남용 혐의 입증을 전제로 수사한다면 무리하게 짜맞추기식으로 흐를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검찰 등 법조계 일각에서는 “27조는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진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시각도 있다. 수도권 지검의 한 검사는 “이미 공수처 관할로 가져온 사건이기 때문에 직권남용 혐의를 무혐의로 하더라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는 별개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