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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할까 비판할까…이준석 현상을 바라보는 與의 엇갈린 심사

중앙일보 2021.06.07 16:31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돌풍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긍정과 비판이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이 후보가 7일 오전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돌풍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긍정과 비판이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이 후보가 7일 오전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스1

“‘이준석 현상’으로 표출되는 시대교체 열망은 반가운 측면이 있으나, ’이준석’ 자체는 전혀 반갑지가 않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그는 이 전 최고위원이 중학교 시절 성적 경쟁에 대해 “지금 생각하면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라고 밝힌 대담집 구절을 문제 삼으며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성취 전반에 대해 이런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나는) 서울 법대를 나왔고, 20대에 판사가 되었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며 “진보와 보수의 진검승부가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쟁과 공정에 대한 이 전 최고위원 관점이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탄희 의원(사진 왼쪽)과 김남국 의원은 이준석 전 최고위원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그만큼 '이준석 현상'을 바라보는 여권의 심사는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두 의원이 지난해 12월 공수처법과 세월호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탄희 의원(사진 왼쪽)과 김남국 의원은 이준석 전 최고위원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그만큼 '이준석 현상'을 바라보는 여권의 심사는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두 의원이 지난해 12월 공수처법과 세월호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반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새 정치와 정치세대 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이준석 후보가 담아내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정치권에서 모진 풍파를 다 이겨내면서 버틴 끈기와 노력이 뒷받침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여야 청년정치인들이 함께 새로운 정치를 시작했으면 한다”는 덕담도 남겼다.
 

李, 차기 4위 ‘돌풍’…與 내부 “신중히 접근해야”

 
이같은 민주당 내부의 엇갈린 반응에서 드러나듯 ‘이준석 돌풍’은 내년 대선을 앞둔 여권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0선’의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발표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예비경선에서 41%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 1~3일 한국갤럽 ‘차기 정치 지도사 선호도 조사’에선 4위(3%)를 기록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직후인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직후인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당초 이달 초로 전망됐던 대선 기획단 출범 시점도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이후로 미뤘다. 그만큼 ‘이준석 돌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른바 ‘윤석열 신드롬’은 정치 검찰의 기득권이라고 비판하면 됐지만, ‘이준석 현상’은 잘못 비판하면 우리가 ‘꼰대’가 된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내부의 각종 금기(禁忌)를 깨고 있는 점도 민주당 입장에선 껄끄럽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TK) 연설회에서 대뜸 “탄핵은 정당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쉽사리 ‘극우 정치’나 ‘구태정치’라고 비판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수도권 의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與 대선 후보 입장도 엇갈려…우려·비판·침묵

 
'이준석 현상'을 보는 여당 대선 후보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노무현 서거 12주기 추모전시에 참석한 모습. 오종택 기자

'이준석 현상'을 보는 여당 대선 후보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노무현 서거 12주기 추모전시에 참석한 모습. 오종택 기자

 
여권 대선 후보들의 입장도 각자 다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4일 ‘이준석 현상’에 대해 “구태정치를 걷어내고 국민의 의사가 존중되는 정치를 해달라는 열망이 분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적대감과 균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면 그게 곧 극우 포퓰리즘”이라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주면 좋겠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지난달 “장유유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이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31일 ‘비단 주머니’ 발언을 언급하며 “제 귀를 의심했다. 젊은 정치를 말하던 청년이 전형적 구태정치인 공작정치를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는 4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선 “(이준석) 현상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당을 통솔한다는 것은 경험상 총리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아직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출마 자격을 만 40세 이상으로 규정한 현행 헌법은 바꿔야 한다”며 ‘이준석 돌풍’을 자신의 개헌 구상과 연결시켰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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