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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교회서 달콤한 유혹···22억 삼킨 노원구 주부 사기꾼

중앙일보 2021.06.07 05:00
서울 북부지방법원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서울 북부지방법원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내가 네이버에서 펜션 관련 광고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난 2015년 4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OO 교회에서 함모(53)씨가 피해자 A씨에게 건넨 말이다. 노원구에 거주하던 함씨는 피해자들에게 전망 좋은 사업을 한다며 투자금을 모았다. 매달 맡긴 돈의 10%를 수익금으로 주는 조건이었다. 함씨의 말에 14명이 22억여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그의 사업은 속칭 ‘돌려막기’로 유지되는 사기였다. 5년간 사기 행각을 벌여온 함씨에게 법원은 중형을 선고했다.
 

22억 사기 노원구 50대 주부, 징역 4년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부장판사 이동욱) 재판부는 사기·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함씨에게 지난달 26일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함씨는 지난 2015년부터 5년에 걸쳐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펜션 광고 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 14명을 속여 총 22억9775만여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함씨는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인근과 교회 등에서 피해자들과 만나거나 통화하면서 광고 사업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네이버에서 펜션 관련 광고 노출 위치를 상단으로 옮겨주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광고 보증금을 내야 한다”며 “광고 사업에 투자하면 매월 보증금의 13%를 수익금으로 주겠다”고 하면서 투자금을 모았다.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고자 “두 달 전에 말하면 원금도 돌려줄 수 있다” “광고 기간이 끝나면 원금을 반환해주겠다” 등의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함씨가 말한 광고 사업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주부였던 함씨는 투자금을 받더라도 이를 개인적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수수료를 지급하거나 원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함씨는 지난해 7월까지 14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230회에 걸쳐 아들 명의의 계좌로 22억9775만여원을 받아 가로챘다.
 

‘돌려막기’ 수법으로 5년간 사기 행각

함씨의 사기 행각이 5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속칭 ‘돌려막기’ 수법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함씨는 피해자들로부터 보증금 명목으로 받은 돈을 앞서 투자한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이자 형식의 수익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폰지사기’라고도 불리는 이 수법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대표적인 다단계 금융사기다.
 
아울러 검찰은 함씨가 원금 반환을 보장하면서 매월 투자금의 일부를 이자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유사수신행위라고 봤다. 현행법은 제도권 금융기관이 아니면서 고수익을 제시하며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 명목으로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검찰은 함씨가 지난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269차례에 걸쳐 24억5815만원을 피해자들로부터 받아 유사수신행위를 했다고 보고 관련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法 “피해자들 피해 회복 못해 고통”

지난해 12월 구속기소 된 함씨는 재판부에 다섯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실형을 피하진 못했다. 재판부는 “수년에 걸쳐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투자 모집을 하면서 금원을 편취하고 유사수신행위를 했다”며 “피해 합계액이 22억원이 넘고 피해자가 15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피해자가 피해 복구를 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당 기간의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함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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